참 可觀(가관)이다.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숟가락 뺏긴 처지에 또 한 床(상) 더 받아 보겠다며 숟가락 들고 삼세판째 출마할지도 모른단다.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얘기다.
며칠 전 '아직까지 불출마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으니 '아직은' 출마를 단정한 비난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가 '언젠가는'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그의 한 측근은 출마 적극 검토를 내비쳤다. 한 발짝 더 들이민 것이다. 깨끗하게 대쪽 같은 한마디로 '절대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고 눙치고 뭉그적거리는 식의 직간접 발언으로 지지자에겐 계속 미련을 남기고 정치판에는 의심의 불씨를 지피는 회색빛 태도는 구차한 처신이다. 피켓을 들고 몰려와 '한 번 더 하세요' 외쳐대는 소수 지지자들에 둘러싸이다 보면 소신은 엷어지고 인간적 욕망은 부푸는 갈대의 마음이 되기 쉽다.
그러나 당의 前(전) 총재로서 두 번이나 대선 출마의 기회를 받고도 정권을 잡지 못했으면 지금은 黨(당) 공식 후계자의 정권 창출을 위해 일단 끝까지 같이 밀고 가는 헌신과 속죄의 길을 걸어야한다. 후계는 따로 없다. 당이 경선을 통해 내놓은 후보가 후계다. 지켜주고 키워내야 할 후계자와 맞나서서 표를 깨는 것은 城(성)안의 모반이나 다름없다.
출마설로 어수선해진 이 가을, 이 전 총재를 위하는 마음에서 금강 소나무 後繼林(후계림) 숲길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해드린다. 수백 년 묵은 금강소나무 밀림 사이를 거닐다 보면 후계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어떤 처신이 당과 나라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조금은 깨닫게 해줄 것 같아서다.
울진군 서면 소광리 불영계곡에 이어져 있는 곁 계곡, 2천ha가 넘는 金剛松(금강송) 밀림이 그곳이다. 금강소나무는 궁궐의 대들보나 임금과 왕실의 棺(관)을 짤 때 쓰였다는 高貴木(고귀목)이다. 수천 년간 울창했던 금강송 밀림은 일제가 무차별 벌목, 황폐화됐었다. 지금 남은 금강송은 대부분 長齡木(장령목)과 100년 이상 된 나이 많은 老齡木(노령목)으로 어린나무가 모자란다. 우거진 활엽수와 두꺼운 낙엽 층으로 인해 떨어진 소나무 종자가 싹트기가 어렵고 그나마 어쩌다 싹이 튼 어린소나무도 잡목에 햇빛이 가려져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말라 죽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늙은 금강송이 수명을 다하면 머잖아 산림의 代(대)가 끊어진다.
그래서 경북북부지역 '남부지방산림청'과 임학 연구 교수(홍성천, 탁광일)들이 10여 년 전부터 밀림 속의 낙엽수를 솎아 햇빛을 들이고 낙엽 층을 거둬낸 뒤 용기묘목을 심는 등 후계림 조성 사업을 벌여 600ha의 후계림을 일궈냈다.
그렇게 조성된 금강송 숲에 지난봄 첫 개방 뒤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 전 총재님도 하루쯤 금강송 후계림 숲길을 걸어 보시라. 내가 혹시 솔씨가 싹트지 못하게 방해하는 비 젖은 낙엽은 아닌지 햇빛을 가리는 해묵은 잡목이 되지는 않을지를 생각게 될지 모른다.
그런 깨달음으로 금강송 후계림을 걷노라면 당과 나라와 후계자를 위하는 길이 환히 보일 것이고 출마, 불출마의 해답 또한 저절로 얻어질 것이다. 당의 후계자 이명박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며 흔들자는 게 아니라면 무너지기 전까지는 소리 없는 그림자로 남아 정권 교체를 도와야 도리다.
금강송 후계림 조성 기념비는 이렇게 쓰고 있다.
'…. 이제 솔밭 밑에는 마른 솔잎이 겹겹이 쌓여 땅을 덮고 떡갈나무가 키 자랑을 하니 하늘이 막혔다. 가을 되면 떨어지는 솔방울 솔씨들이 지천이건만 흙과 빛을 만날 수 없어 제힘으로는 씨앗도 못 틔운다. 이를 안타까워하며 우리 산림인은 100년 후를 이을 다음 세대 금강소나무를 만들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린 소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이 전 총재가 새겨 읽어 볼 글귀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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