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험 학습] 대구의 도심 골목

예전 명성 그대로…정감어린 삶의 현장

대구의 도심으로 향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백화점, 극장, 레스토랑, 학원, 병원, 회사, 관청, 은행 등으로 소비문화를 즐기거나 출퇴근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기 위해 도심에는 많은 현대적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그러나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에도 낡고 비좁지만 인정이 넘치는 골목이 있다. 자동차로 가득한 대로변에서 발길을 돌려 도시민의 정감 어린 삶의 현장이 묻어나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대구 중구에는 북성로 공구골목, 오토바이골목, 수제화골목, 진골목, 종로 화교거리, 약전골목, 봉산 문화거리, 염매시장 떡골목, 교동 귀금속골목, 인쇄골목 등이 산재해 있다. 이곳은 전통적인 명물 골목으로 이름만으로도 무엇을 팔고 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와 문화의 흔적, 다양한 풍물, 일제 식민 침략의 흔적, 화교의 정착 과정 등의 모습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골목이야말로 대구의 도시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상징성을 띤 장소라 할 수 있다.

이곳은 공간적으로 대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유사한 상점들이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하면서 한 장소에 모여 집적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협소한 골목, 값비싼 임대료, 고객 감소 등으로 예전의 명성에 비해 많이 쇠퇴한 골목도 있다. 그래서 지역 상인들은 관청과 협력하여 동성로 축제, 약령시 축제, 인쇄골목 축제 등을 개최하여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목은 우리 삶의 본질적인 양식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도로가 자동차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골목은 사람들에게 소외받고, 자동차를 위해 폭이 확대되었고, 직선화되었다. 골목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피해 다니며 걷는 불편한 길이 된 것이다. 또 도심 공간에는 넓은 도로와 함께 개성이 없는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골목이 간직했던 훌륭한 역사건물과 생활사를 증언해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는 아직도 정겨운 골목들이 남아있으며,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도심 골목이야말로 진정한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곳에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구 도심 골목에 대한 Q&A

▶도심 골목의 공간적 특징은 무엇인가?

도시가 발달하면서 도시의 중심은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이 왕래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주택과 공장은 도시의 주변지역으로 분산된다. 도시 내부의 지역분화 결과인 도심의 상업적인 골목은 도시의 발달 초기부터 형성된 고유한 문화와 전통, 다양한 경관과 볼거리, 뿌리내린 사람들의 공동체적 특징 등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 골목에 유사한 상점이 집적하여 얻는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골목의 상점은 상품의 유통구조에 따라 도매상, 제조상, 판매상 등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이런 사례는 약전골목(약업사, 제탕원, 한의원), 인쇄골목(기획사, 지업사, 재단소, 인쇄사), 봉산문화거리(화방, 표구사, 갤러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에 모이면 상인들은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소비자도 물건을 고르면서 구매하기가 편리하다.

▶도심 골목의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골목의 차별화된 이미지 상품화, 지역 특구 지정, 골목 축제 개최 등 공동 마케팅을 추구하여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고, 카페나 갤러리 등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골목 고유의 문화적 경관을 개발하고 체험 학습과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이 활동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주변에는 이런 곳도 있어요!

▶남성로 약전골목=대구읍성의 남쪽 성곽자리에 있는 남성로에는 한약재 도매상과 한의원 등이 밀집한 약전골목이 있다. 과거 이곳이 조선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크게 성장하게 된 이유는 조선시대부터 대구가 지리적으로 경상도의 감영이 있는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낙동강과 금호강의 편리한 수운으로 약재 수송에 유리한 위치였기 때문이다. 최근 생활수준의 향상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방이 특히 주목받고 있으며, 이 특성을 살려 지역균형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2006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방특구로 지정되었다. 또, 약령시의 본원적 기능을 영구적으로 보존 발전시키고자 약령시 축제를 개최하여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함으로써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대구의 대표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북성로 공구골목=대구 읍성의 북쪽 성곽자리에 있는 북성로는 대구가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공구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대구 최대의 산업 공구골목으로 발전했다. 대구시는 이곳이 도심 골목에 위치하여 주차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북구 검단동에 유통단지를 조성하여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발길은 계속 북성로로 오게 되었고, 산업공구골목은 그 자리에 계속 남게 되었다. 지역 주민의 장소감이 도심 골목의 중요한 경쟁력임을 입증한 셈이다.

▶교동 귀금속골목=대구역 건너편 교동 귀금속골목은 귀금속 포장판매점, 귀고리판매 전문점, 귀금속배달전문업체, 수리전문점 등으로 분업화된 약 200여 개의 귀금속 업체가 집적해 결혼 예물이나 커플링을 하기 위한 젊은층으로 붐비는 패션 골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가공기술, 디자인, 보석 감정 등의 귀금속가공 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지역 특성화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는 등 대구의 경쟁력 있는 특화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쇄골목=1980년대 이후 중구 남산동 일대에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인쇄관련 업소들이 1990년대 들어 600여 업체에 달하게 되었다. 인쇄업은 입지 특성상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시장지향형으로 입지하기 때문에 신문사, 대기업, 관공서 등이 밀집한 도심에 위치한다. 2000년부터 공동발전을 모색하고 타지역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산인쇄골목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317개의 인쇄업체가 모여 있다.

▶봉산문화거리=대구의 인사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1992년 문화거리로 지정되었다. 화랑, 고미술품, 고서적점, 표구사, 화방 등의 업소가 밀집되어 있다. 2001년 중구 청소년 문화의 집, 2004년 봉산문화회관 등이 들어서면서 대구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곳에서 매년 10월 중순경에는 봉산미술제가 열려 작품전, 초청강연회와 거리화가의 초상화 그리기, 작가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미술행사가 펼쳐진다.

▶화교거리=화교거리는 동아쇼핑센터에서 중부경찰서를 연결하는 종로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구한말까지는 대구에서 가장 넓은 길이었는데, 20세기 초에 건축붐과 함께 많은 화교 건축노동자들이 상인들과 함께 대구에 모여들었고, 이들이 종로2가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면서 화교거리가 형성되었다. 해방 후 배타적 외국인 정책으로 지금은 미국, 호주, 대만으로 대부분 이민을 가서 소수의 화교만 남아 있다. 현재는 화교 식당, 화교협회, 교회, 소학교만 남아 그 흔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백승진(영남삶터탐구연구회, 대구서부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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