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 베어스 투수 이혜천의 '빈 볼'은 나오지 말았어야 할 볼이었다. 승부의 고비가 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내야진의 잇따른 실책 등으로 인해 실점하자 흥분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SK 와이번스의 김재현에게 등 뒤로 날아가는 위협구를 던졌다. 이어 위협구라고 느낀 김재현이 이혜천에게 욕설하며 다가가자 양 팀 선수들이 일제히 몰려나가 몸 싸움이 붙었다.
이혜천의 '빈 볼'이 불러 일으킨 김재현의 반응과 양 팀 선수들의 몸 싸움은 거의 필연적으로 보인다. 김재현이 참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 참을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당시의 사태를 '추태'라고 뭉뚱그려 볼 수도 있겠으나 원인 제공과 결과를 따로 볼 필요가 있다. 때때로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몸 싸움을 보면 충돌의 당사자들과 함께 싸우려는 선수들도 있지만 말리는 선수들도 많아 소동은 대부분 진정된다. 이 같은 몸 싸움은 크게 보아 경기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감정의 표출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 가이다.
감정 표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선수와 팬들 모두 불문율처럼 알고 있다. 가령, 삼진을 당한 선수가 덕 아웃에 들어가 애꿎은 물통에 발길질을 하는 것은 그 선수의 승부욕과 근성 때문이라는 걸 알고 이해한다. 한국시리즈 3차전의 몸 싸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북미 프로 아이스하키에선 선수들의 주먹 다짐이 어느 정도 용인되기도 한다.
올해 국내 프로축구에는 불미스러운 일이 유난히 많았다. 울산 현대의 골키퍼 김영광은 관중들이 던진 물병을 되던졌다가 중징계를 당했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방승환은 심판의 퇴장 명령에 상의를 벗어붙이고 항의하다 '1년간 출전 정지'라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모두 허용 한계를 넘는 감정 표출이었다. 김영광은 "1년의 노력이 한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됐다."며 후회했다.
그라운드에서의 감정 표출은 경기의 양념이 될 수도 있고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선수들 중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선수와 드러내는 선수가 있다. 미국 프로야구의 베테랑 투수 톰 글래빈, 한국의 홈런왕 이승엽, 잉글랜드 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등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실한 유형의 선수들인 반면 맨유의 웨인 루니와 과거의 맨유 스타 에릭 칸토나, 일본 프로야구의 타이론 우즈 등은 다혈질적이고 감정 통제가 잘 안 되는 선수들로 알려져 있다.
모범적인 선수들만 있다면 불상사의 우려는 없겠지만 경기의 재미 또한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차분하고 다혈질적인 선수들이 뒤섞여 '감정 다스리기'를 하면서 때때로 충돌하며 플레이를 펼치는 곳, 그곳이 바로 그라운드다.
김지석(스포츠생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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