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독서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로 대입 지도의 일선에 있는 교사로서 부담이 많다. 논술 확대 이유는 등급제 수능의 낮은 변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다양한 사고력과 우수한 창의력을 가진 학생들을 뽑겠다는 대학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곧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량은 한 달 평균 1.3권 정도로 보고된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중국의 2.6권에도 뒤진다. 유엔이 정한 평균 독서량 순위로는 세계 166위다. 학생들의 경우 초등학생 3.2권, 중학생 1.6권, 고등학생 1.1권으로 조사되어,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독서량은 줄어든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낮은 독서량의 원인으로는 부족한 독서 인프라를 먼저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1위지만 공공도서관 1개당 인구수는 11만 5천여 명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학교도서관을 비롯해 시·도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아직도 건물 맨 꼭대기층 외진 곳에 위치하거나, 열람실의 조명도 어둠침침하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로 낡고 오래되었다.

예전에 영국의 한 사립학교를 방문하였는데, 그곳의 도서관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래층과 위층을 터서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만들었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대부분 새 책이었다.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구나, 이렇게 아늑할 수 있구나! 도서관에 자주 와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영국은 80년대 후반 영상 매체와 컴퓨터 보급으로 인하여 독서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책 읽는 학생 수가 많이 줄었는데 특히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이 심각할 정도였다. 교사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논한 끝에 1993년에 도서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관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본관으로 옮겼다. 낡은 책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 책들을 들여왔다. 도서관 위층에 컴퓨터실을 만들어서 그곳에 가려면 반드시 도서관을 통과하도록 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신간도서 및 추천도서를 비치하여 학생들의 독서 욕구를 끌어올리려 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대출해 가는 학생이 예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독서는 개개인의 지적 활동이지만, 그것은 국가의 정신적 자산이며 나아가 경제적 자산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국가는 전 국민에 의한 독서 운동이나 독서 활성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독서지도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다양한 독서 환경 창조를 위해 독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손삼호(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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