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는 학원강사 C씨(30)는 최근 승용차를 사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에는 주차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룸에 붙어 있는 건물 부속주차장은 흰 선만 그어 놓은 마당이나 마찬가지였고 진입도로에도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주차 차들이 늘어서 집까지 오는 것도 힘겨운 실정인 것. C씨는 "원룸이 밀집해 있는 다른 곳은 이곳보다 사정이 나은데 유독 여기만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룸촌이 주차난으로 허덕이고 있지만 대책이 없어 주민들이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가구주택의 부설주차장은 150㎡(45평)당 1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하도록 규정됐던 대구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가 주거밀집지역의 주차난으로 2004년 7월 가구당 전용 면적이 60㎡(18평) 미만일 때 가구당 1대씩 주차공간을 마련하도록 개정됐지만 그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한 곳은 예외여서 상당수 원룸촌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 29일 오전 달서구 이곡동 이곡중학교와 선원초교 사이 원룸촌(7만㎡)에는 출근시간대가 훨씬 지났지만 소방도로마다 주차 차량으로 빼곡했다. 선원초교 앞 100m에는 '절대주차금지구역'이라는 철제푯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지만 차들은 와룡산 남편 자락을 이어 이곡중학교 정문까지 이어져 있었다. 원룸들은 하나같이 2면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요식행위로 그려놓기만 했을 뿐 주차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적잖았다. 심지어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있는 곳도 있었을 정도. 이 때문에 일대 소방도로는 주차장이 됐고, 화재 시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보였다. 1997~2001년까지 준공되기 시작, 150여 다가구주택들로 들어차 속칭 '이곡동 원룸촌'이라는 애칭까지 얻게 된 이곳은 주차와 관련해서는 '대책 없는 동네'와 다름없었다.
달서구 용산동 성곡중학교 주변 200여 다가구주택촌과 장기동 백조아파트 주변 다가구주택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차난뿐 아니라 겨울철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대책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남구청의 경우 2004년 이전에 지은 다가구주택의 주차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대명2동에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행하면서 2004년 이전에 지은 다가구주택의 부족한 주차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단독주택을 사들이는 등 12억 원을 들여 주차시설 30면을 갖춘 공영주차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은 태생적으로 주차시설이 모자라기 때문에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만큼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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