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요즘 신문 국제면에 단골로 실리는 기사. 하지만 지역민들은 북극에, 또는 남태평양 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연히 먼나라 이야기고, 나와 관계없는 현상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지갑 두께에도 직접적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대구경북통계청이 최근 6년간(2001년~2006년) 대구지역 물가를 분석한 결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농축산물의 가격 상승세가 공산품과 서비스요금 인상율을 멀찍이 따돌리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것이다.
파를 대규모로 재배하는 경북 김천시 조마면의 재배농가. 이들은 최근 오랜만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올 가을 제주도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분석되는 사상 최악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 곳 파 작황이 극히 부진, 지난해보다 파값이 30%나 뛰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생활물가를 조사해본 결과, 파 값은 최근 6년 동안에만 무려 87.7%나 올랐다. 뿐만 아니다. 양파는 53.1%, 풋고추가 49.0%나 오르는 등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었다.
들쭉날쭉한 날씨는 최근 6년간의 과일 가격 급등에도 한몫했다. 수박은 55.5%, 포도는 53.8%, 참외 51.7%, 사과는 37.4%나 값이 뛴 것으로 통계청은 집계했다.
수산물쪽도 사정은 마찬가지. 오징어하면 떠올랐던 바다가 동해였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달라지면서 오징어가 서해에서도 잡히는 등 오징어 어군이 들쭉날쭉, 오징어 값도 최근 6년간 43.2%나 올랐다.
반면 과거 최고의 고가 수산물로 꼽히며 자고나면 가격이 오르던 갈치는 오히려 지난 6년동안 6.5%나 가격이 내렸다. 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고등어도 22.7%나 값이 내려왔다.
수산물 가격 변동이 나타난 이유는 물론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에는 난류성 어종이 급증, 갈치·고등어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2~3배 늘어났다.
해양수산부의 '7월 어업생산통계'에 따르면 난류성 어족인 고등어 어획량은 3천211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3% 증가했다. 갈치도 같은 시기 72%나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각 상품군 가운데 대구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20.4%로 가장 상승세가 가팔랐고, 그 뒤를 개인서비스 요금(17.4%), 공업제품(13.3%), 공공서비스 (9.5%) 등이 따랐다.
공업제품은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세가 더뎠지만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상승세가 컸다. 식용유의 경우,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지난 6년간 무려 43.1%나 값이 뜀박질을 쳤다.
한편 국제곡물가격이 올들어 폭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농축산물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9월까지 97억1천477만 달러어치의 농축산물을 수입했지만 수출은 16억9천428만달러에 불과, 80억2천49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액이 21.8% 늘어났지만 수출액은 9.2% 증가하는데 그쳐 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4.8%나 커졌다.
이같은 증가율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올해 농축산물 적자는 11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재까지 수입액 증가율(21.8%)이 수입량 증가율(4.1%)의 5배에 이르러 국제곡물가격 폭등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우리나라가 농축수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중국의 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며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의 성장을 후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병수 대구경북지방통계청 물가통계팀장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서민들의 체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농축수산물의 물가 상승세가 지난 6년간 매우 컸다."며 "이밖에 세금 및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유와 등유, LPG가격 등의 오름세도 컸고, 열악한 재정을 가진 대구시가 관리하는 상수도료, 지하철요금 등의 상승세도 최근 6년간 매우 가팔랐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그러나 대구의 최근 6년간 물가상승율이 서울·부산·인천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분석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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