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라진 '아들 선호' 家族관계 변화는…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아들이 꼭 필요하다는 기혼 여성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할 만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男兒(남아) 선호 현상이 급격히 줄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보고서는 달라진 세태를 절감하게 한다. 조사 대상자 중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경우는 전체의 10.2%에 그쳐 16년 전인 1991년 조사(40.5%)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다. '아들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응답 또한 당시의 28.0%에서 지난해에는 49.8%로 급증했다.

평소 피부로 느끼고 있는 바지만 이 정도로 급격한 변화상을 보인다는 현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奉祭祀接賓客(봉제사접빈객)이 여성의 가장 중요한 의무였던 지난날엔 '아들 못 낳은 여자'라는 낙인은 일생 일대의 불명예였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아들 못 낳은 죄(?)로 구박받거나 심지어 이혼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태아 감별, 여아 낙태 등으로 인한 남녀 性比(성비) 파괴 등 남아 선호에서 비롯된 사회문제는 또 얼마나 심각했던가.

이번 조사는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다는 가치관의 변화 흐름을 보여준다. 한두 자녀 세태에 따른 사고의 유연성이다. 代(대) 잇기 관념의 변화와 더불어 아들이 부모 봉양을 책임져야 했던 지난날과 달리 개개인의 노후 보장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비중이 커지면서 아들 의존도가 크게 약화된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딸이 부모에게 더 살갑게 대한다는 통념도 한 감소 요인이 되고 있다.

아들 선호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 아들딸 평등 상속 등에 이은 이 같은 가치관 변화 속에서 노부모 봉양과 제사 등 家庭儀禮(가정의례) 관련 과제도 새로 불거지고 있다. 미구에 닥칠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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