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극장가에는 연기력과 인기를 고루 갖춘 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1월은 전통적으로 극장가 최대 비수기이지만 톰 크루즈, 로버트 레드퍼드, 양조위, 기무라 다쿠야 등 명배우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톰 크루즈·메릴 스트립·로버트 레드퍼드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11월 8일 개봉작 '로스트 라이언즈'는 올 가을 기대작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전쟁을 둘러싸고 상원의원·저널리스트·대학교수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통해 미국 내 현재의 문제를 되짚어본다.
차기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상원의원 어빙(톰 크루즈)은 자신의 정치적인 야심을 위해 저널리스트 제니 로스(메릴 스트립)에게 접근해 자신에게 유리한 글을 쓰도록 하려한다. 전쟁을 기사화하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그녀는 감추어진 진실과 상원의원 어빙이 던져주는 특종 사이에서 고뇌한다. 한편 이상주의자 말리 교수(로버트 레드퍼드)는 이상과 명분, 그리고 현실의 기로에 선 제자들에게 명분을 강조하며 전쟁터로 나갈 것을 종용한다. 같은 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 고립된 두 청년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인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밖에 모르는 상원의원, 진실과 특종 사이에서 고뇌하는 저널리스트,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주의자 지식인, 그리고 그들의 세력싸움에 희생되는 젊은이들을 차례로 조명하면서 누구의 편에서 살고 죽을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젊은이들이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동안 그들을 구해줘야 하는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에만 눈에 멀어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벌써부터 내년도 아카데미상 강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날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이안 감독의 '색, 계'가 개봉된다. 양조위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여자 스파이와 사랑에 빠진 남자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에 도전했다. 이 영화는 '실제 정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정도로 올누드 등 노골적인 정사신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개봉 시 30여 분을 삭제하고 나서야 상영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무사히 통과해 원본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홍콩으로 간 왕치아즈(탕웨이)는 대학교 연극부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급진파 광위민(왕리홍)을 흠모하던 그녀는 자연스레 그가 주도하는 항일단체에 몸담는다. 그들은 친일파의 핵심인물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의 암살계획을 세우고, 왕치아즈는 자신의 신분을 막 부인으로 위장한 채 그의 아내(조안첸)에게 접근한다. 이는 왕치아즈에게 끌리게 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상하이로 발령이 나면서 계획은 무산된다. 그로부터 3년 뒤, 왕치아즈에게 광위민이 찾아와 다시 막 부인이 되어 더욱 권력이 막강해진 이의 암살 작전에 주도적 역할을 해주길 부탁한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왕치아즈와 이는 격정적으로 섹스를 하게 된다. 그 관계가 거듭될수록 이는 점점 경계를 풀고 그녀를 더욱더 깊이 탐하게 된다. 왕치아즈 역시 연기가 아닌 실제로 사랑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이를 암살하려는 항일단체의 움직임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와 함께 숀 펜 주연의 정치 드라마 '올 더 킹즈맨'(11월 3일 개봉)도 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숀 펜은 주지사 선거에 나선 강직한 재정관 윌리 스탁 역할을 맡아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친다.
에드워드 노튼은 '다운 인 더 밸리'(11월 1일 개봉)에서 18세 소녀와 사랑에 빠진 남성 역할을 맡아 가슴 저린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300'의 제라르 버틀러는 미스터리 스릴러 '버터 플라이'(11월 8일 개봉)에서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케이트 블랜쳇은 11월 22일 개봉될 '골든 에이지'에서 또다시 엘리자베스 여왕 역할을 연기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클레어 데인즈·토니 콜렛 주연의 '이브닝'도 여성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일본 톱스타 역시 한국 극장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는 이달 초 한국을 찾아 새 영화 '히어로'를 직접 홍보했다. 11월 1일 개봉하는 '히어로'는 일본에서 개봉 10일 만에 340억 원의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작품이다.
엉뚱하지만 천재적 사건 해결력을 자랑하는 행동파 검사 구리우(기무라 다쿠야)는 우연히 한 사건을 맡게 된다. 그 사건은 용의자가 모든 죄를 자백해 모두가 쉽게 판결이 날 거라고 믿는 재판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돌연 용의자가 '검사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며 자백을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구리우는 검사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또한 상대편 변호인으로 일본 최고의 거물급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구리우는 점차 사건의 배후에 거대 권력의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해 한국검사 강민우(이병헌)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해 부산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이병헌의 출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도 현재 상영 중이다.
이처럼 11월 극장가에는 흥행을 이끌어나갈 대작은 없어도 명연기를 선보이는 영화배우들이 있기에 행복한 계절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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