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 자치단체의 인구 늘리기

지난 26일자 매일신문에 '대구는 정작 몰랐던 대구의 가치'라는 1면 톱기사가 실렸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 회장의 사상 첫 대구방문이 지역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제2, 제3의 대구텍을 만들어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와 함께 9면에는 "영천시 '인구 늘리기' 온 공무원이 나섰다'는 기사가 실려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인구감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국가 존립과 지역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묘안을 짜내 인구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구전입을 촉진하기 위하여 고향 주소갖기 운동, 관내 기관 및 단체·기업체 등의 임·직원과 가족 전입 유도, 대학생의 주소이전 추진, 전입자 및 귀향인에 각종 혜택 제공 등에 그치지 않고, 해외교포 은퇴촌 설립, 농촌총각 결혼지원, 관내 거주 공무원에 대한 인사혜택 부여, 다양한 출산·양육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왜 인구 늘리기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인구감소 추세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는데, 지금 야단법석을 떠는 그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인구의 감소로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중앙정부의 교부금 감소, 자치단체의 기구축소 및 정원감소 등과 같은 불이익이 당장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거주하는 '위장 전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인구 늘리기 시도는 대체로 '주소 옮기기'에만 역점을 둬, 결국 제살깎기에 그쳐 실제 인구유입 효과는 아주 미약하고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지역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수도권으로 전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도권이 현실적으로 더 살기 좋은 곳임을 반영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것의 중심인 수도권이 일자리를 얻기 쉽고 교육과 문화를 향수하는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가장 확실한 인구 늘리기 시책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여기에는 일자리, 교육, 주거여건이 관건이 됨은 자명하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종합적 대책과 중장기적인 지역활성화 전략 속에서 '인구 늘리기'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대구텍 사례에서 보듯, 인구 늘리기는 지역내 우수기업의 육성과 유치 등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산업단지 조성, 중소기업 지원확대,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 재래시장 살리기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지역동력산업 창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는 많은 재원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재정력으로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현실에서는 단기적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대구는 정작 몰랐던 대구의 가치'라는 말과 같이, 외부 기업의 유치에만 올인하지 말고, 지역에 있는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발전하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교육·양육·주거 등 생활환경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인구유출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자녀교육과 주거환경 문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을 유치하려해도 근무자들이 거부해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역 중·고등학교를 명문으로 육성하고 지역소재 대학의 지명도 제고를 통해 젊은 층의 인구유입을 유도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에도 그곳에 남을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고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공공부문에서 분담하여야 한다. 출산장려금, 모자보건지원, 보육서비스 강화, 불임부부지원 등 출산·양육가정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경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친화적인 지역이미지를 구축하고, 주민의 문화 향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인구유출을 막는 길이다.

인구감소는 전국적인 문제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치부한다면, 지역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울 뿐이다. 지역정책의 추진과 특히 인구 늘리기 사업에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그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 지역의 생존이 바로 우리 모두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김렬 영남대 정치행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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