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이 도는 이회창 전 총재의 아리송한 태도가 한나라당을 자중지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어제도 "아직은 말씀드릴 게 없다. 앞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엊그제 핵심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 중"이라 했다. 결국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네거티브 공격에 치명상을 입고 지지율이 추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전 총재는 5년 전 대선에서 지자 정계은퇴를 선언했었다. 1997년에 이어 두 번이나 패배한 책임을 본인의 잘못으로 돌리며 국민 앞에 눈물을 보였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한다고 말해왔다. 그랬던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인 이 후보의 불안감을 내세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 후보에게 어떤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다는 건가. 설사 이 후보가 지지율 추락 사태를 맞더라도 그건 국민의 뜻이고 그가 감당해야할 문제다. 또 한나라당 전체가 극복해야할 몫이다.
이 전 총재는 지난 대선 패배가 억울할 것이다. 모든 의혹이 허위로 드러난 만큼 다시 한번 국민의 심판을 받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번 경선에 참여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출마에 미련을 두는 것은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자신의 패배 원인의 하나였던 적전 분열을 범하는 짓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근혜 측이 다시 충돌해 난리 치는 것도 이 전 총재가 출마하니 마니 하는 데서 발단한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출마설의 배경이라는 얘기는 아니리라고 믿고 싶다. 그거야말로 국가경영을 꿈꾸었던 원로의 처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적 고민을 거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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