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0회 매일 한글백일장] 운문 중등부 장원 '밥상'

네모난 병원 하얀 병실 속에

하얀 침대 그리고 하얀 이불 속에

하얀 옷을 입고

늘 누워있는 모습이지만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기시는

외할머니

동생이랑 외할머니 곁에 걸터앉아

"나 누구게요? 할매, 나 누구게?"

외할머니는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 부르시고는

갸우뚱 갸우뚱 하신다.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다가도

밥상만 나오면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 마냥

빙그레 웃으시며 너무 좋아하시며

주위의 우리도 아랑곳없다.

할머니의 밥상은 늘

하얀 상 위에 하얀 그릇 속에

히멀건 죽

그 옆에 놓인

하얀 동치미 국 속에

씹지도 못하는 달랑 무 하나.

나는 늘 하얀 밥상을 받고도

좋아하시는 외할머니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울적해진다.

알록이 달록이 군침 땡기는

장떡과 메밀묵, 칼국수를

제일 좋아하고 잘 드시던 외할머니

나와 내 동생이랑 같이 밥 먹을 때

김치 쭈욱 찢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시던

우리 외할머니

이제 나도 장떡과 칼국수 같은

맛있는 음식 차려 드릴 수 있는데

외할머니는 언제쯤 병을 이겨내고

알록달록 푸짐한 내 밥상을

받으러 오실 수 있을까?

장선미 / 구미여자중학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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