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언제나 너가 얹혀 있었지
피죽으로 가난이 말라붙은
한 칸 정지문 시렁 위
빈곤한 우리 삶의 속살을 훔쳐보며
청솔연기 그을린 석가래에
눈 흘기며 말이다.
그 해, 처서가 지나고 흉년이었지.
일 년 새경 주막 술 빚으로 감하고
무딘 연장 날 숫돌로 세우시다
헛간에서 쓰러진 쉰도 못 넘긴
아버지의 절명
탄식한 내 어머니의 손등을 위로한
따스한 너의 포옹
새벽녘, 어머니는 늘 그랬지.
당당한 그 기품에 지아비 넋이라도
달래듯 삼베행주로 닦으시며
목신처럼 섬겨온 애증의 흔적
점차 허공이 보이는 목판 틈 사이
옻칠조차 바래버린
아, 이제는 너를 기억해줄
어머니도 없는 공간
울컥 뜨거운 눈물이 이토록 서러울까?
저만큼 시월 열하루 날
목 짧은 햇살
기와 담장에 걸려 있는
신평리 산 51번지
새로 증축한 민속박물관 유물 전시실
연꽃음각 박힌 육각 밥상 모서리에
붉은 노을 한 자락
그리움을 추억하듯
다가서는 내 발등에 멈춰
한참을 머물고 있었다.
이남진 / 영천시 야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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