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베기가 끝나고 팥이나 콩을 추수한다. 도리깨질이 허공을 가로지르면서 콩 타작을 한다. 저 팥이나 콩으로 우리 집의 된장, 간장, 두부에다 팥죽까지 끓여먹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들이다. 이젠 쉬이 도리깨질을 볼 수 없다.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논두렁 밭두렁에서 뽑아 말린 콩다발을 엷게 펴고 도리깨질에 콩알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장단에 맞춰, "야, 보소, 또 타작하러 오이소. 예, 타작합시다. 타작 한번 합시다. 예, 한 마디 합니다이. 예. 어화, 어화, 요게도 때리라, 이삭이 나간다, 잘도 때리는구나, 요게 때리고, 조게 때리라..." 옆에서 듣고 있으면 신명이 절로 나는 특유의 구수한 도리깨소리를 내면서 도리깨질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도리깨 소리가 타닥타닥 들리면 동생은 옆에 앉아서 엉뚱한 소리로 매를 벌었다. "아부지~~자전거 사 주이소" 난데없이 아버지의 도리깨가 동생의 엉덩이께로 날아들었다. 잽싸게 옆으로 뒹굴면서 저만치 꽁무니를 내빼는 동생이 징징거리며 "자전거잉~~" 하면서 미련을 못버린다. 나는 속으로 "짜식이, 사달랄 때, 사 달래야지..." 도리깨를 들고 있는 아버지에게 징징거리다니...
탁탁 소리를 내며 공중을 한번 휘돌아 콩을 두드리면 콩깍지에 갇힌 콩들이 까불거리며 마당으로 튀어 다닌다. 어린 시절을 지나 나이가 들어 한 번씩 도리깨질을 하고 등이 흥건히 젖을 무렵에 도리깨질을 끝내고 먹는 밥은 또 얼마나 꿀맛이던지...
도리깨질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둘이나 셋 이상이 번갈아 하는 게 더 일의 능률이 오른다. 도리깨소리에 맞춰 한 사람의 도리깨가 콩을 두드리기 위해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른 한 사람의 도리깨는 이미 바닥을 치고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다.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하는 협동 작업의 표본이라고나 할까?
자동화 탈곡기가 보급되기 전에는 가을걷이는 모두 도리깨로 타작하여 알곡을 거둬들였다. 도리깨는 길이 2~3미터 되는 막대기에 서너 개의 휘추리를 단단한 끈인, 일명 도리깨치마로 매달아 놓은 것이다. 곡물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서서 번갈아 가면서 도리깨질을 하면 도리깨는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곡물을 치고는 이삭을 줄기로부터 떨어낸다.
도리깨란 이름은 '돈다'라는 뜻인 '돌개'에서 온 이름이라 한다. 도리깨질은 아주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린애들이나 처음 도리깨질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쳐대도 회초리가 이삭을 맞추지 못해 헛일이 되고 만다.
도리깨질에도 등급이 있어 '상도리깨'와 '곱도리깨', '찝꾼'이 있었다. 상도리깨는 덜 떨어낸 곡식 단은 안쪽으로 몰고, 다 된 것은 밖으로 후려치면서 곱도리깨에게 덜 떨어진 곳을 알려 타작하도록 하는 도리깨질의 리더 역할을 한다. 곱도리깨는 상도리깨가 넘겨준 곡식 단을 마무리한다. 또 찝꾼은 긴 막대기를 가지고 이삭이 달린 대를 한복판으로 밀어 넣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도리깨질 하나에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게 농사일이었다.
집집마다에는 추수용품들이 많이 있다. 알곡을 골라내던 팔랑개비, 알곡을 털고 짚을 추리던 탈곡기, 곡식의 알을 털 때 사용하던 도리깨, 곡식을 고르던 키, 빗처럼 만들어져 벼를 털고 짚을 추리던 그네, 추수한 곡식을 얹고 지고 다니던 지게와 절구, 맷돌, 짚으로 새끼를 꼬던 새끼틀, 도롱이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농기구들이 즐비했다.
민속 유물 전시관이 우리 주변 곳곳에 마련되어 민속체험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농경민속유물전시관은 달서구 월곡역사박물관 1층은 농경시대 생활관이다. 200여평의 공간에 조상들이 사용하던 각종 농기구와 생활용품 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베틀, 돗자리 틀, 떡판과 떡메 등 요즘에는 구경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있어 소중한 자료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 허브힐즈내 민속자료관에 여러가지 민속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경상북도엔 포항 영일민속전시관이나 경북 칠곡군 기산면의 경북과학대학내의 전통체험학교와 김천 민속유물전시관이 있다. 특히 김천민속유물전시관은 찾아가는 전통문화체험학교를 운영하면서 지역의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 민속자료를 대여하고 손두부만들기, 묵만들기와 같은 전통음식체험도 곁들이고 있다. 문의전화 010-5886-9119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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