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 영어 실패 원인은??

요즘 어린이들은 한글과 함께 영어를 배운다. 어린이집에서 영어 알파벳과 인사말을 배우고 유치원에서 회화를 배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 학원에 다니고, 매주 학습지를 하면서 하루 평균 30분~1시간 씩 영어 테이프를 듣는다. 도시 아이들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영어를 접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중학생쯤 되면 영어 동화책 정도는 술술 읽어야 하고, 외국인과 토론은 못해도 일상 대화는 충분히 할 정도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조기 교육의 효과를 누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말을 듣고 말하고 쓸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감안하지 않은 채 영어가 빨리 늘지 않는다고 조급증을 낸다는 것. 결국 이런 조급증은 아이가 일정 레벨을 완전히 소화해서 그것을 구사하는 단계를 건너뛴 채 좀 더 어려운 단어, 좀 더 어려운 문장으로 넘어가게 만든다. 테이프를 듣고, 학원을 다니는 것은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과정일 뿐 배운 내용을 수없이 반복해서 언어습관이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실제 이 과정은 거의 대부분 생략된다. 결국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 배운 영어를 고학년에서 다시 배우고, 중학교에서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낳는다.

만촌라이크학원 김희덕 원장은 "학원을 다니고 학습지를 해도 월간 영어 학습시간은 최대 50~60시간이 안된다."며 "이처럼 턱없이 부족한 영어 노출시간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바로 조기 유학"이라고 했다. 실제 이 학원의 특목고반 수강생(초'중등) 150명 중 장'단기 어학연수 경험자는 130명이 넘는다. 올해 용인외국어고 영어과의 경우, 신입생 105명 중 비유학파는 단 2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유학을 보내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 따라서 은연 중에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7세 이하 어린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비디오 5개 정도를 정해놓고 대사를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들려주는 방법이 있다. 일일이 영어 대사를 우리말로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아이는 비디오에서 본 상황을 실생활에서 접하면, 자신도 모르게 비디오에서 들었던 내용을 말하게 된다. 학원을 시작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좀 더 세심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비싼 학원만 보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점에 주의하라

첫째, 학원을 선택하기 전에 시범강의를 들어봐야 한다. 옷 한 벌도 입어보고 사는데 학원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 주위의 평판을 들어봐야 한다. 이름 난 학원과 강사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셋째, 아이의 공책과 책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가장 손쉽게 아이의 수업태도와 영어 흥미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부분 부모들이 시험지에 싸인만 할 뿐 공책이나 책 검사는 하지 않는다.

넷째, 아이에게 묻고 들어야 한다. 원어민 강사의 역할, 한국인 강사 수업의 난이도, 학원 분위기 등을 차근차근 물어보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 조처해야 한다.

다섯째, 각종 대회나 시험에 자주 내보내야 한다. 아이의 경쟁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학원측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아이를 가르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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