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어 공부, 너무 어렵습니까?"

영어만 20년을 공부했더군요. 10년을 한 길같이 묵묵히 열심히 하면 어느 분야에든 도사가 된다는데. 영어학원에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만 해도 웬만한 승용차 한 대는 샀을 겁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권모(32) 씨는 요즘도 시내 어학원에 다닌다. 취직도 했는데 학원까지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회사 해외 연수도 영어 성적순으로 보낸다는데 지금 같으면 명함도 못내밉니다. 외국인하고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나, 영화를 봐도 인사말 말고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떠드는 지 알 수도 없습니다."

취업 준비생인 신모(24'여) 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현재 토익 강좌를 듣고 있는데, 아무리 해도 리스닝(listening) 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800점 고지는 멀기만 하다. 대학 시절 6개월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소용없었다.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했지만 학원에 가면 거의 한국 학생들인데다 숙소에서도 또래 한국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결국 영어를 거의 쓰지 못했죠. 유창한 영어는 필요도 없고, 토익 800점만 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날 영어가...

서울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박영식(39)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어 도사다. 몇 해 전 심심해서 난생 처음 쳐 본 토익시험에서 950점을 받았다. 심심해서 쳐봤다고는 하지만 사실 박 씨는 영어 공부를 쉰 적이 없다. 대학 시절, 많을 때는 하루 10시간 가까이 영어를 공부했다. 돈이 아까워 학원에는 거의 다닌 적이 없다. 해외 연수는 꿈도 꾸지 못했고,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배낭여행 다녀온 게 전부다. 영어 성공 비법에 대해 "최대한 영어와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길을 갈 때도 이어폰을 꼽고 끊임없이 영어를 중얼거리고, 집에서 공부하다가 쉴 때도 AFKN을 틀었다. 지루하고도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

제법 영어를 공부했다고 자부하던 그였지만, 처음 1년 동안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특히 뉴스를 볼 때면 화면을 보고 짐작할 뿐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를 틀어놓은 채 설핏 잠이 들었던 그는 꿈 속에서 뉴스를 들었다. 빌 게이츠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그는 이렇게 생각했단다. '저 소식을 우리나라 뉴스에서 왜 저렇게 자세하게 보도하는거야?' 하지만 선잠에서 깬 그는 CNN 뉴스 방송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귀가 뚫린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 몇 년 동안 싸우다시피 영어를 공부했는데, 이후부터 너무 즐거워졌습니다. 영어도 어차피 언어다보니 쓰지 않으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업무 때문에라도 영어를 계속 써야하니까 저로서는 좋은거죠. 미친 척하고 하루 3시간만 매일 영어를 공부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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