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청소년문화의 다양성을 위하여

현재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0대(14~19세 정도) 청소년들에게는 그들만의 문화가 없는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해 그들은 문화를 즐길만한 시간적·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정신적으로 자아에 대한 자각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때를 맞춰 다양한 예술적 경험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섬세한 감성교육을 쌓아가야 할 시기인 중·고교 시절, 우리나라의 젊은 청소년들에게는 오직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리들 삶의 현장이,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시기의 아이들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게 만든 것이 아닌가, 우리 기성세대들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수도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교육보급 운동은 어쩌면 우리가 사회에서 경험하게 된 정신적인 문화향수에 대한 인식부족을 이제라도 채워보려는 작은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화란 우리의 삶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난 후에 이룰 수 있는 기계적인 교육 분야가 아님을 우리는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 우리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비록 입시라는 전쟁에 찌들려 하루하루를 살더라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기성세대들이 부모 자식 간의 문화단절이나 이질감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거나 오로지 좋은 성적만을 강요하는 순발력 없는 부모로서의 역할보다는 매스컴의 반을 차지하는 한류의 정확한 이해와 청소년 연예인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들 문화에 대한 냉정한 이성적 판단으로 호 불호를 구별할 수 있도록 맡겨둬야 하고, 더 성숙된 그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방임(?)해야 하지 않을까?

유명한 천재학자 아인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너는 이것을 잘 외웠는가? 예, 그러면 너는 잘 따라하게 될 것이다. 너는 이것을 잘 외웠는가? 아니요, 그러면 너는 창조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리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더 많은 기회를 주어 이들이 좀 더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할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병배(첼리스트·대구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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