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설을 읽지 않는다.'
영화를 거쳐 인터넷에 빠졌다가 이제 휴대전화에 '혼'을 빼놓고 있는 세대. 그들에게 빼곡한 활자로만 채워진 소설은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한국 장편소설이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월간문예지 '문학사상' 11월호가 '힘내라! 한국장편소설'이란 다소 선동적인(?)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문학평론가 손정수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손종업 선문대 국문과 교수가 이 시대에 과연 어떤 장편소설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소위 IMF 체제 이후에 우리는 영혼을 팔아버린 것은 아닐까? 소설은 더 이상 읽히지 않고 오로지 문화콘텐츠라는 새로운 유령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손종업 교수는 '장편소설이라는 미완의 모험'이란 글에서 "뉴 미디어에 매혹된 독자들에게 문학은 접근하기 어려운 뒷방 늙은이의 세계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며 "그럼으로써 우리의 문화에서 창조적 생산력이 고갈돼 버렸다."고 했다.
특히 우리 시대의 장편소설은 '깊이의 강요'가 아니라 '깊이에 대한 불안'을 지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불안은 만날 수 없는 항구와 배 같은 것이다. 속도감과 이미지, 감각을 원하는 독자와 깊이와 두께, 성찰을 지향하는 장편소설의 추구점이 다른 것이다.
손정수 교수는 '장편소설에 대한 기대에 대한 기대'라는 글에서 "한국문학이 보편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특수성이 완전히 탈각되지는 않았다."며 "이 지점에 한국문학의 위기와 가능성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문학은 고전적이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념이 여전히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 위기이고, 세계문학과 교류·경쟁하며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말이다.
손 교수는 "우리가 마련해야 할 새로운 문학의 원천은 세계문학의 모티브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디어와 소통·교류하는 과정에서, 문학 바깥의 담론들을 섭렵·흡수하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비로소 "한국소설이 누렸던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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