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싱거운' 도시

중국의 경우 지역에 따른 미각의 편차가 뚜렷하다. 쓰촨(四川) 등 남동부지역 사람들은 매운맛을 좋아해서 둥라(東辣), 산시(山西) 등 서부 지역은 신맛을 좋아하여 시수안(西酸), 광둥(廣東) 등 남쪽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하여 난티엔(南舌甘), 베이징(北京) 등 북쪽 사람들은 짠맛을 즐겨 베이시엔(北咸)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이북 사람들은 슴슴한 맛을 즐기고, 서울 사람들은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 전라도에선 갖가지 젓갈이 끼니 때마다 밥상에 오른다. 경상도의 음식은 아무래도 맵고 짜다.

지역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맵싸한 맛, 짭짤한 맛일 것이다.

하지만 세칭'웰빙(well- being)'이니 '참살이'가 우리 삶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한국인의 성인질환 주원인의 하나로 짜게 먹는 식습관이 지적되고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 조사에 따르면 우리네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량 5g의 2.7배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싱겁게 먹는 도시 만들기'를 표방, 관심을 모은다. 지난 7월부터 대구시 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16개 사업장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싱겁게 먹는 직장 만들기 5주 프로그램'이다. 사업장 단체급식소(구내 식당)의 조리 종사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싱거운 음식에 대한 필요성, 싱겁게 조리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11월에도 100개 사업장의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펼치며, 앞으로 보육시설과 유치원 등으로 확산시키고 나아가 대구시 전체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은 '뚱보도시'로 유명하다. 2004년 당시 리 브라운 휴스턴 시장이 전 시민 대상 비만 퇴치 프로그램을 도입, 적극적으로 실시한 결과 디트로이트에 뚱보도시 1등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대구시의 '싱겁게 먹기' 운동은 시민의 건강 증진에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내 첫 사례가 될 성싶다. 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져간다면 앞으로 '싱거운 사람'이란 표현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대신 '사람, 거 짜기는…'식으로 바뀌지 않으려나.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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