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괜시리 가슴만 싸~아 해지는 10월 말

10월31일. 오죽하면 유행가 가사로까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날.

사람들은 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론 10월이 훨씬 쓰라리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우선 피부로 느껴지는 싸아함과 심장이 느끼는 공허함, 이유 없는 그리움….

왠지 10월엔 낙엽 흩날리는 거리를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좀 걸어줘야 할 것 같고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앞에 두고 눈가를 촉촉이 적셔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해도 쉽사리 그 쓸쓸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10월을 느끼는 것도 연령대 별로 다른 것 같다.

나처럼 어정쩡한 30대 중반은 한껏 몸과 마음으로 지난 사랑을 추억하며 이 가을을 슬퍼한다면 좀더 연세가 드신 분들은 흉내낼 수 없는 색채를 산 위에다 뿌려놓은 단풍놀이에 목숨 거신다.

덕분에 10월·11월이 고령자들의 운전사고가 가장 많다고도 한다.

20대의 가을은 노느라 바빠 느낄 새도 없었다.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10월의 마지막날. 지금은 추억을 붙잡고 가슴 아린 사랑이란 걸 했던 과거를 음미하지만 나도 아마 더 나이가 들면 저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하는지 깨달을 것도 같다.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어내는 그 색채들을….

어린 내 눈에는 쓸데없이 보였던 단풍잎을 책갈피에 고이 간직하던 모습들.

언젠가는 추억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느끼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될 것 같다.

더 추워져서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가까운 팔공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예의상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한번 불러야겠다.

남향옥(대구시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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