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화원중 부적응 학생 선도프로그램 성과

"선생님 고마워요, 학교가 좋아요"

▲ 2008학년도 일반계고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된 화원중 멀티플레이어반 학생들과 유진권(맨 왼쪽) 지도교사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 2008학년도 일반계고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된 화원중 멀티플레이어반 학생들과 유진권(맨 왼쪽) 지도교사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대구 화원중 3학년 구갑필(15) 군은 지난 2일 뜻밖의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대구 상원고로부터 체육특기생(럭비)으로 선발됐다는 합격통보를 받은 것. 한 때 학교 가는 것조차 싫어 해 중학교 졸업만이 최고의 목표였던 구 군으로서는 합격 자체가 뛸 듯이 기쁜 소식이었다. "온갖 말썽을 다 부리고 다녔지만 선생님과 학교는 끝내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화원중이 학교 부적응 학생 등을 위해 펼치고 있는 학생 선도 프로그램이 작지만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화원중이 지난해 학교 부적응 학생들로 조직한 체육동아리, '멀티플레이어반' 학생 11명이 나란히 체육특기생으로 고교에 진학하게 된 것. 지도를 맡아왔던 유진권(체육) 교사는 "한 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체육특기생이 뽑힌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화원중이 멀티플레이어반을 조직한 것은 지난해 10월. 여느 학교처럼 말썽을 부리는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사회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으로 키워보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이번에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멀티플레이어반 원년(1기) 멤버다. 김홍주 화원중 교장은 "징계 일변도의 처리로는 한계가 있다."며 "남들이 문제아라고 꾸짖기만 하는 아이들에게는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체육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멀티플레이어반 학생들은 지난 1년 간 수업을 마치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을 누볐다. 축구, 농구, 럭비, 달리기 등으로 땀을 흘리면서 몸 안에 갇힌 스트레스를 분출시켰다. 요가, 등산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틈틈이 학교 뒷산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신도 함께 자라는 경험을 했다. '학교짱'으로 통하던 아이는 학생 선도 부장을 맡은 이후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7시에 등교해 교문을 지켰다. 모처럼 자신이 잘 하는 일로 칭찬을 받게 된 아이들은 표정부터 자신감이 넘치고 밝아졌다. 1년 전만 해도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기피 학생으로 지목됐던 아이들이었다.

멀티플레이어반이 두각을 낸 것은 지난 1학기 제1회 교육감배 동아리 축구대회. 달성군 예선에 참가해 14개 팀 중 1등을 하고 본선에 출전하게 된 것. 이후 전국 소년체육대회 육상 경기에서 대구대표로 2명이 선발되고 대구시장기배 풋살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각종 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 같은 활약 덕분에 멀티플레이반 학생들은 고교 운동부 감독들의 관심을 받게 됐고 럭비, 세팍타크로, 유도, 태권도 등 4개 종목의 체육 특기생이 될 수 있었던 것. 김 교장은 "1기 학생들이 모범을 보여준 덕에 현재 3기까지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멀티플레이어반에 자원해 활동중이다."며 "이 아이들이 학교 부적응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꿈을 키워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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