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제도를 폐지하고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 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톡옵션은 당초 전문 경영인이나 유능한 인재들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도입됐으나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과도한 보상을 받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임하는 강정원 행장이 2004년에 70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아 현재 100억 원 이상의 보상을 받을 전망. 노조는 "임기 3년 동안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과도한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며 연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외에 여타 금융기관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돼왔기 때문에 제도 손질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향후 기업의 경영 형태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므로 이해와 비교·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도 최소한의 내용은 알아두는 게 좋다.
▨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는 모두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도입한 보상 제도다. 주식매수선택권을 뜻하는 스톡옵션(stock option)은 일정 기간 내에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만 줄 뿐인데다 행사 기간도 정해져 있어 기한 내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권리가 자동으로 소멸된다.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회사 주식의 시장가격이 당초 정해둔 가격을 넘으면 주식을 사들인 뒤 시장에서 팔아 차이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벤처기업의 CEO나 엔지니어 등이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자주 나오는 건 행사 가격과 시장 가격의 차이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 서비스 네이버로 유명한 코스닥 기업 NHN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임원진 가운데 4명의 주식 평가액이 1천억 원을 넘어섰고 100억 원 이상도 10명인 것으로 나타나 주위의 감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스톡옵션 행사 기간에 주식 가격이 행사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어 주가 변동에 따라 대박이 되기도 하고 휴지가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스톡그랜트(stock grant)는 회사가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것이다. 회사는 매년 임직원의 실적을 평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주거나 시장에서 매입 또는 신주 발행을 통해 주식을 공짜로 나눠준다. 스톡옵션과 비교하면 대박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주가가 하락해도 일정 수준의 보상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한층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두 제도의 장단점
스톡옵션 제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안고 있어 최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첫째는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들이 행사 시점에 맞춰 주가를 최대로 끌어올리려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주 입장에서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투자를 외면하면 기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므로 기업의 기반이 튼튼해질수록 스톡옵션 제도는 위험해진다. 둘째는 현실적인 문제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격히 부풀면서 기업들의 주가도 폭발적으로 올랐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가 기업 실적이 아닌 외적 환경이 된 것. 경영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스톡옵션의 취지와는 멀어진 셈이다.
이밖에 행사 시점에 비용이 확정돼 주주들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극소수 임직원들에게만 주어진다는 점,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이 스톡옵션의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때 기업의 성장과 회생에 최고의 묘약이라는 찬사를 받던 데 비하면 새옹지마 같은 일이다.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의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금융권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도 앞다퉈 도입하는 분위기다. 스톡그랜트는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주는 시점에 비용이 확정되기 때문에 주주들의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절차도 간단하다. 경영 성과에 대한 성과급 형태로 주식을 주기 때문에 미래의 주가 변동이 아니라 당장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이점도 있다. 임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주가가 폭락해도 일정액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는 스톡그랜트를 선호한다. 대박은 아니라도 일정 수익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론은 스톡그랜트를 선호
국민은행의 스톡옵션 폐지 여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뒤 여러 언론들을 살펴보면 찬성 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스톡옵션의 현실적인 문제점이 한참 지적되고 있던 터라 당연한 일이다. 비판의 내용은 위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스톡옵션이 실적 보상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진 경영성과와는 무관한 주가상승분까지 스톡옵션을 통해 차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권의 회생과 주가 상승은 경영진의 경영성과라기보다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구조조정 효과라고 보아야 옳다.' '스톡옵션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경영진이 경영성과에 비해 과도한 보상을 받거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 대신, 스톡옵션 행사 시기에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향을 낳는 등 단점도 적지 않았다.'(신문 사설)
스톡그랜트에 대한 호감도 숨기지 않는다. '스톡그랜트는 성과중심 보상수단으로 LG전자 등이 이미 시행 중이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무상으로 자사주를 나눠 주되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로 경영진이 주주와 같은 자세로 경영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이 스톡옵션 폐지에 나선 것은 마찬가지 결론을 내린 금융당국의 방침을 앞서 이행하려는 얕은 수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과 시장의 미성숙이 스톡옵션 찬반 논란의 배경이 됐다는 준엄한 질책도 나온다. 스톡옵션조차 자리 잡기 힘들 만큼 기업 토양이 아직은 척박하다는 의미다.
'스톡옵션 논란은 한국 자본주의의 궤도가 건강하지 않다는 총체적인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성숙된 자본 인식과 관행이 자리 잡지 않는다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스톡그랜트 제도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스톡그랜트는 회사가 임직원에게 주식을 공짜로 주는 것이니, 이를 두고 또 얼마나 많은 말들이 나오겠는가.'(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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