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철 作 '연'

박 철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 번

쓰러질 때까지

오늘도 마누라와 한 판.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부럽잖게(?) 싸움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싸우는 횟수가 줄고 말문 닫고 지내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이리라. 애초부터 취향이 다르고 삶의 지향점도 달랐다. 일터와 집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내라면 기회만 있으면 산으로 강으로 내달리고 싶은 영혼이 내 것이었다. 일테면 아내의 몸에는 농경의 피가 흐르고 내 몸에는 뜨거운 유목의 피가 흘렀던 셈. 달리 말해 '뿌리와 날개'의 삶이다. 뿌리와 날개, 안정과 일탈은 동전의 양면. 때로 부부싸움 없이 한평생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밋밋한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 잉여고통이 없으면 잉여쾌락도 없는 법. 얼레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질수록 연은 하늘 높이 올라간다.

그러나 한 가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연줄을 풀었다 죄었다 하는 기교가 있어야만 연을 더 높이 띄울 수 있다는 사실!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