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41)영덕·청송·안동

단풍·일출…산과 바다로 떠나는 가을여행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 '오매 단풍 들것네'

시인의 누이는 담벼락 옆, 바람에 날리는 감잎을 보고 단풍을 예감했다. 시인은 그런 누이의 마음을 읽으며 단풍을 보았다. 우리는? 시인도 아니고 시인의 누이도 아닌 우리는 단풍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자.

때는 지금이다. 단풍이 제철이다. 절정을 보고 싶다면 어서 움직이시라. 이번 주부터 이달 중순까지 정도가 경북 일대 지역 단풍이 절정인 시기다.

혼자라도 좋다. 마음 통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 좋다. 사랑이 풍성해질 것이다.

올해 단풍 맛 제대로 못 봤다 싶은 사람은 배낭 한번 메어 보시라. 가을의 끝물이라도 봐야 겨울이 건강하다. 떠나보라. 지금이 딱 좋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 팀'은 단풍 명소만 콕콕 찍어 따라가 보았다.

◆영덕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소

단풍을 보러 가기 전, 새벽에 조금 일찍 출발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면 멋진 해돋이 광경을 보러 가는 건 어떨까? 영덕 해맞이공원으로 가보자.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해돋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통나무로 된 전망대와 영덕 명물 '게'의 다리를 본뜬 등대가 있다. 주변 산책로를 따라 차례차례 줄지어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나무들이 정취를 더한다.

공원은 강구면과 축산면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해변공원이다. 강구항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해안선을 따라 경치 좋은 민박 및 숙박시설이 즐비하므로 해돋이를 위해 전날 미리 와서 묵는 것도 좋다. 해질 무렵 느지막한 시간에 들러 바닷바람을 맡으며 별미 영덕게를 맛본 후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이다.

해맞이공원에 서서 바다를 등지고 돌아보면 동화책 '플란다즈의 개'에 나오는 풍차와 같이 거대한 바람개비가 저 멀리서 빙그르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풍력발전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름이 발전소라고 해서 그러려니 하면 후회한다. 발전소이지만 주변 공원의 경관과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 전망은 1등급이다. 이국적인 정취가 넘치는 이곳 풍력발전소는 본연의 기능 이상을 소화해내는 곳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주산지'

역시나 주산지는 대단한 인기였다. '단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가을' 하면 떠오르는 명소가 바로 주산지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했던 곳이라 이미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말만 듣고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인공호수(길이 100m, 너비 60m, 수심 8m)로 300년 동안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물속에 뿌리를 두고 올라온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은 몽환적인 기분마저 들게 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른 오전부터 주산지는 가을을 담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인파에 갇혀 답답하기만 한 도심의 번화가와는 다르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그저 넉넉하고 여유 있는 얼굴들이다. 자연이 편안하니 사람 마음도 편안해지는가 보다.

입구에서 주산지 전망대까지 걷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 관광객이 좀 많다고 해서 주산지의 가을빛이 바래는 일은 없으니 가을이 지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바란다.

주산지로 가는 길목, 얼음골에 잠시 내려 목을 축이고 가는 것도 좋다. 한여름에도 찬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얼음골의 약수가 당신을 몸을 청정하게 비워줄 것이다.

◆경북 대표명소 '하회마을'

하회마을 곳곳에도 불긋불긋, 노릇노릇 가을이 들어와 둥지를 틀고 앉아 있었다. 아낙네들이 모여 벼이삭을 털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앞마당에는 은행잎들이 흩날렸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들으며 군고구마라도 씹었을 툇마루 끝의 기둥에는 단풍나무 가지가 능청스럽게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하회마을 안 부용대 절벽의 호수에 이르면 나룻배를 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호수 한 바퀴를 도는데 드는 요금은 2천 원, 밀짚을 쓴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저으며 안내해 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호숫가를 따라 서있는 억새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자연과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하회마을에서 나그네의 유유자적함에 빠져보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한 방법이다.

♠ 경험자 Talk

▷김명진(27·서울 중랑구)=역시나 이름값을 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향기가 좋다. 경치는 다 좋은데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하루 만에 코스를 돌다 보니 각 장소마다 너무 빠듯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이동시간도 너무 길어 아예 코스를 좀 가까운 곳으로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김수환(42·서울 동대문구)=두세 번 와본 곳이지만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계절마다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올해 단풍놀이를 제대로 못 갔었는데 이것으로 만족한다.

▷박영림(38·서울 강북구)=남편과 함께 주말 나들이 삼아 왔다. 시간이 빠듯하긴 했지만 좋은 곳만 뽑아서 보고 가니 효율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 주머니 Tip

찜질방 이용료 6천 원

해맞이공원 입장료 무료

아침밥 황태국 정식 5천 원

주산지 입장료 무료

하회마을 입장료 2천 원(성인)

점심밥 하회마을 내 안동 찜닭 한 마리 2만 원(3, 4인분)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김희정기자 jjung@msnet.co.kr

이번주 여행코스:서울 청량리역-풍기역(찜질방 숙박)-영덕 해맞이공원 해돋이 관람 및 풍력발전소 돌아보기-청송 주산지 단풍관광-안동 하회마을 관람-풍기 인삼시장 자유쇼핑

*'어서 오이소' 다음주(10, 11일) 코스는 '문화유산의 고장 영천과 주왕산 주산지로 떠나는 청송 여행-영천·청송'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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