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외워야 한다?"
영어는 암기과목일까, 아닐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즐겁고 쉽게 하는 영어공부법이 유행하는 요즘 학교 현장에서 영어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의외로 외울 것을 주문한다. 단어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다고 한다. 옛날 영어공부법에 익숙한 교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인가 싶은데 교직 1, 2년차의 젊은 교사들도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서부교육청 주최 중학생 영어 연극 경연대회장에서 만난 서보경 관음중 교사는 "요즘 중학교 영어가 어려워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전 같으면 고1 과정에서 배울 내용이 중3까지 내려왔어요. 문장도 길어지고 단어도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그 역시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동안 말하기, 생활영어 위주로만 배우다 보니 간단한 회화 표현은 입에서 쉽게 튀어나오는데, 문법지식이 부족해 독해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다. 문법을 제대로 모르니 어느 쪽이 주어인지, 술어인지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서 교사는 "교과서나 시험 지문이 점점 길어지면서 관계대명사, 접속사 등 필수 문법 요소를 모르면 독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어에 대해서도 "영어 단어만 다 알아도 이미 독해의 절반은 된 것 아니냐."며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정도는 반드시 암기하되 문장 속에서 외우는 편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단, 조건은 있다. 문법 그 자체를 위한 문법이 아니라 읽기, 쓰기, 듣기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실용 문법을 익혀야 한다. 요즘 학교 시험에서도 문법 문제는 1~3개 문항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비디오, 컴퓨터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이 일반화된 요즘 영어는 이런 영어학습이 제 효과를 발휘하는 과목이다. 원어민의 발음과 비슷해지려면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흉내내 보는 것도 좋다. 화자의 감정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따라 말하다 보면 특유의 억양도 배울 수 있다.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으면 단어 퍼즐 풀기도 권할 만하다. 남부·동부 교육청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중학생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도 쓰기를 통해 독해와 문법 실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교육 영어는 주(主)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서 교사는 "학교 수업 때 교사 설명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문법 단기 강좌를 들어봐도 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연극제에 참가한 학생들을 보니 영어에 대한 흥미도 예전에 비해 크고 영어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도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더군요. 영어를 잘하는 왕도는 없습니다. 최소한 교과서에 나온 정도만 잘 이해해도 학교 영어 수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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