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구 달서구 송현동 한 호텔 부근 건물에 30여 명이 웅성거리며 초조한 모습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들은 이 건물에 세들어 있던 한 다단계업체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 숙취해소 드링크류를 유통하는 데 투자하면 6개월에 35%의 배당금을 준다는 조건으로 너도나도 투자했지만 최근 이 업체의 대표가 잠적해 돈을 고스란히 떼일 지경에 놓였다. 그동안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가 지난 19일부터 끊긴데다 "투자배당금을 계속 넣어주겠다."던 대표와 연락도 전혀 닿지 않아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7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B씨(49)는 "처음에는 110만 원을 넣었는데 일주일에 5만8천 원씩 투자배당금이 들어와 투자액을 점점 늘렸는데 그만 대표가 잠적했다."며 "단순 투자자만 700여 명, 피해금액만 28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높은 배당금을 미끼로 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하위 투자자를 데려오면 배당이율을 점점 높여 주는 다단계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이번 드링크류 불법 다단계 사건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일정 기간 수익을 보장해 주다 달아난 사기 다단계다. 6개월여 동안 투자자들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주면서 환심을 산 뒤 "투자자를 더 데려오면 이율이 더 높아진다."며 투자자를 그러모아 새로운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이자나 배당금으로 내주는 수법을 이용했다. 높은 이자율로 사람들을 모으고 투자금액을 더 늘리도록 유도해 돈을 그러모은 뒤 대표가 잠적해 버린 것. 대구 달서경찰서가 이곳 대표 L씨의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내사를 벌이자 L씨는 지난달 30일 갑자기 잠적했다. 이에 경찰은 6일 우선 이 업체의 상무 C씨(48)를 구속하는 한편 대표 등 나머지 간부 2명도 쫓고 있다.
경찰은 투자배당금을 미끼로 내건 이러한 수법의 업체가 이곳 말고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달서구 이곡동의 한 사무실에서 의료기기 대여업에 돈을 투자해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에 대해서도 현재 경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달 말에는 코스닥에 상장될 조건도 안 되는 회사의 주식을 다단계형식으로 팔아 주식판매금을 조직원들의 이익금으로 충당한 회사 대표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수법은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이익을 충당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며 처음에는 투자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꼬박꼬박 고이율의 이자를 준다."며 "투자할 때 건실한 기업인지, 제대로 된 생산시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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