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의 퇴직예정 공무원 6명은 지난 9월, 7박 9일의 일정으로 동유럽 5개국을 다녀왔다. 20년 이상 장기근속을 한 이들은 퇴직 후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프로그램 명목으로 체코,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5개국을 부부동반으로 여행할 수 있는 '선물보따리'를 구청으로부터 받은 것. 이들은 구비로 1인당 300만 원, 총 3천 300만 원을 쓰고 돌아왔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퇴직 예정 공무원에게 위로 차원에서 제공한 여행"이라며 "매년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해외 시찰 및 선진지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 올 상반기 해외로 견학을 떠났던 공무원들에 대해 '외유성 해외여행'이라는 각종 비난이 쏟아졌지만 지자체들은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대구의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책정된 예산과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조용히 대구를 떠나고 있다. 확인 결과 이들이 선진지라고 지목한 곳은 대부분은 관광·여행지로 이름난 동남아시아의 관광명소. 하지만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은 "공무원들도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무조건 해외로 여행 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포상의 결과로 주어진 해외여행까지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직에도 구조조정이 시작된 뒤 각 부서에 대한 평가가 많아지면서 우수 부서에 대한 시상도 필요하다는 것.
대구 서구청도 지난해 대구시 세정종합평가에서 세무과가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포상금 8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구청은 세무과 직원 23명에게 태국과 캄보디아를 관광하는 여행 경비(4박 6일)를 할당했다. 중구청은 부구청장을 포함, 5명이 오는 2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야오시를 방문할 예정이고, 달서구청 퇴직예정 공무원 4명도 부부동반으로 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나가사키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또 북구청은 지난달 15일 우수공무원 15명을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상해로 견학을 보냈고, 남구청은 지난달부터 우수공무원 16명을 선정, 4명씩 한 팀을 이뤄 유럽 배낭 여행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봇물 터지듯 잇따르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해외 시찰에 대해 시민단체, 공무원노조 등의 반응도 사뭇 다르다. 엄운용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시 지부장은 "포상으로 받은 경비로 여행을 가는 것은 공무원의 업무능률 향상은 물론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며 "계속 이어져야 할 인센티브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강금수 대구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무로 일정한 성과를 냈으면 인사 고과에 반영해 능력을 인정받으면 되지 굳이 국민의 혈세로 해외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사기업처럼 포상금을 주고 그 돈을 사기 진작 명목으로 해외 휴가비로 쓴다면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이 어떤 차이가 있겠느냐."며 꼬집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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