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날
김영수
구름은 아니 뵈고 구름그늘만 깔린
허공, 저 막막한
막막해서 門(문)이 없는
천지에
출구를 낸다
새 몇 마리 소리
시인의 아호는 '鵲松(작송)'. 우리말로는 '까치솔'쯤 되겠지만, 그냥 '까치 형'이라 부릅니다. 하마 스무 해 전의 일이로군요. 이 땅을 떠날 때 공항에서 걸려온 마지막 전화를 받기도 했고, 그 울먹임을 삭이며 더러 편지도 주고받곤 했지요.
까치 형의 '막막한 날' 앞에서 새삼스레 막막해집니다. '구름은 아니 뵈고 구름그늘만 깔린/ 허공' 탓인가요? 구름그늘만 깔렸다는 표현의 그늘에서 한참을 머뭇댑니다.
허공은 들어가는 문도 나오는 문도 없지요. 그래서 太虛(태허)요, 蒼極(창극)입니다. 그런 막막한 '천지에/ 출구를 내'는 것이 다름아닌 '새 몇 마리 소리'라니! 이는 자연에 대한 놀라운 발견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막막한 날 있습니다. 막막해서 하늘 밑창이라도 팍, 뚫어버리고 싶은 날 있습니다. 그런 날은 그저 마음 속에 새라도 몇 마리 풀어 놓을 일입니다. 먼 데서 진작부터 그리 살아왔음직한 까치 형도 명년이면 환력이니, 가는 세월을 꺼당길 수도 없고… 참.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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