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펀드, 얼마나 아세요

◆직원의 추천을 맹신하지 말라.

치솟고 있는 국내 증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A씨. 직접 투자는 아무래도 힘들것 같고, 그렇다고 남들 앉아서 돈버는 것을 멍청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바보인것만 같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기로 하고 가까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직원은 "요즘 누가 국내에 투자해요? 최근에는 해외펀드가 대세에요."라며 A씨에게 해외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귀가 얇은 A씨.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 믿어야겠지?"라며 결국 마음을 바꿔 해외펀드를 가입하고 말았다.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직원들의 추천을 그냥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펀드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에서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상품은 보수와 수수료 높은 것이 1순위"라며 "'무조건 믿고 보자'는 자세는 좋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회사를 위해 고용된 그들은 회사의 이익이 가장 큰 것을 추천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

믿을만한 직원의 추천이라 할지라도 한번쯤 의심하고 꼼꼼히 물어보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더욱이 금융회사 직원이라 할지라도 의외로 펀드에 무지한 사람들도 꽤 된다. 간단하게 만들어진 회사의 안내장을 보고 수익률이 괜찮으면서 보수와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그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경향이다. 상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갖춰놓고 이들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러므로 번거롭더라도 인터넷 재테크 동호회나 신문기사 등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체크한 후 원하는 상품을 요청해야 한다.

◆수익률, 너무 믿지 마세요.

한동안 뉴스에서는 차이나펀드의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화제가 됐었다. 심지어 모 회사의 차이나펀드는 수익률이 170%에 달했다고 한다. "이참에 나도 차이나펀드를 들면 부자가 될 수 있겠군." B씨는 그날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 적립식 차이나펀드에 가입했다. 그렇다면 B씨는 과연 원금의 1.7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착각이다. 일단 펀드 수익률은 거치식을 기준으로 한다. 1천만 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시켰을 때 1천7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착각은 이 수익률이라는 잣대는 '과거의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과거 실적이 너무 높은 상품은 오히려 미래에는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 배형근 과장은 "과거의 높은 수익률이 반드시 나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닌데 상당수의 고객들이 과거 수익률 자료만을 보고 펀드를 '몰빵'(분산투자 없이 한꺼번에 거액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투자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지난해 수익률 1위 펀드가 그 이듬해에도 수익률 1위를 고수하는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적립식과 거치식 간의 수익률 차이도 엄청나다. 배 과장은 "적립식일 경우 거치식과 비교해 대략 절반 내외의 수익률 밖에 나지 않는다."고 했다. 투자한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거치식펀드는 주식이 오를 때 적립식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주식이 내릴 때는 더 큰 손실을 보게된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오르다가도 내리고, 내리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는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런 변동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분산투자'라는 개념에서 매달 조금씩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의 적립식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배 과장은 "결국 돈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위험을 받아들이기 싫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수수료 따져보셨어요?

수수료에는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신탁보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이 판매보수다. 창구를 열어놓고 직원이 일일이 상담을 해가며 펀드 상품을 판매해야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운용보수다. 이것은 펀드운용회사가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 거래 수수료 등의 제반 비용을 고객에게 일정부분 부담토록 하는 것. 이런 수수료는 통상 총 투자금액의 2.5%에 달한다. 수수료를 떼는 방식에는 보통 선취형과 후취형 두가지가 있다. 선취형은 펀드 가입시 1%를 떼고, 나머지 1.5%를 나눠 내는 방식이다. 후취형은 운용기간 동안 연간 2.5%를 나눠 내는 형태다.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1년 이내 단기로 투자할 경우는 후취형이 유리할 수 있지만, 중'장기간 투자나 거치식으로 투자할 경우는 선취형 수수료를 선택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할 때는 자신의 투자기간을 잘 고려해서 선취형과 후취형 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 초기에는 100%금액을 운용하는 후취형이 유리할 수 있지만, 펀드로 인한 수익이 발생할수록 나중에 떼게 되는 2.5%의 금액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선취형은 투자 원금에서 1%를 뺀 나머지 99%를 투자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통상 1년을 기점으로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록 수익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차감하는 정도가 작아지므로 오히려 장기투자할 때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

30~40%에 달하는 수익률 중에서 고작 2.5%라면 작게 보일수도 있지만 작은 한푼의 돈까지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물론 펀드 상품 선택시 수수료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무시할 일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가입 가능한 펀드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기존 창구 판매 펀드 상품보다 수수료가 1% 정도 저렴한 것들도 많다. 1억원을 투자, 20%의 수익을 올렸다면 연간 200만원 정도 수익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온라인 전용펀드는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 ) 홈페이지에서 '전자공시', '통계정보', '회사별 통계', '온라인전용펀드현황'을 차례로 클릭하면 한눈에 볼 수 있다.

◆재무설계, 부자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적금을 해약하면서 2천만원의 여윳돈이 생긴 C씨. 한참 뜨고 있다는 한 펀드회사를 찾아 마땅한 펀드 상품을 찾기 위해 상담을 했다. 창구 직원은 "아무리 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한꺼번에 2천만원의 돈을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으니 해외와 실물펀드 등으로 분산투자를 하라."고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줬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봤더니 고객은 벌써 매달 100만원씩을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고객의 재무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분산투자를 권유하게 된 것이다.

배 과장은 "이런 사례는 상담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라며 "고객들이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자신의 재무 상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하기를 꺼리면서 빚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 연금, 펀드, 예'적금 등 각종 금융상품에 어떤 식으로 가입돼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배 팀장은 "주거래은행을 정한 뒤 적어도 그 곳의 직원에게 만큼은 자신의 재무상태를 다 드러내놓고 상담받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재테크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재무설계는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이나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재무상담가를 찾는 것이 최우선되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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