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탤런트 최주봉

탤런트 최주봉(61). 그는 60년 전 건어물 장사를 하는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친구들이 상과대학을 진학하고 법대를 가겠다고 대학 원서를 낼 때, 그는 평생을 배우로 살아가겠다며 연극배우의 길을 택했다. 상대를 진학해 가업을 이어 받길 바랐던 그의 부모님은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그의 타고난 재능을 믿어주질 않았다. "신성일 같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더니 내 얼굴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조건 설득시켰어요. 44세가 넘어서야 부모님하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연극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타, 최주봉. 44세가 넘어서야 배우로서 그의 끈질긴 외길 인생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만수 아빠'로 이름을 알렸고, '쿠웨이트 박'이라는 극중 캐릭터 하나로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배우가 된다는 것,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는 일 보다는 꾸준하게 무대에서 버텨내는게 더 힘들었습니다."

배우로서 그의 끝이 없는 도정정신과 추격전은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감동의 캐릭터로 그 누구 흉내 낼 수 없는 배우의 깊은 정신이 베여 나온다. 그의 깊은 캐릭터 연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상생활도 조금 포함돼 있죠. 배우는 개인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직업입니다. 거기에 조미료를 치고 양념을 넣어서 창조해내야 하지요.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수백 번 대본을 보고 연구해 연습으로 승화시켜 가는 겁니다."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흥겹고 유쾌해 진다. 그의 특유의 톤과 음성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흥겹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연극배우로서의 그가 20대부터 몸을 담고 무대에 섰던 곳은 극단 '가교'다. 오랜 시간동안 이곳을 통해서 연극을 함께했던 동료배우 김진태, 박인환, 양재성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쁜 날이 더 많지만 그들 역시 꾸준히 연극무대를 지켜가고 있는 동지들이다.

극단 가교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고향'이라고 표현한다. "평생을 이곳에서 연극을 했으니 고향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후학양성을 못한 게 참으로 아쉬워요. 연극도 달라지고 젊은 사람들이 해줘야 할 역할들이 있는데…. 처음 이곳에서 연극을 시작한 만큼 저는 노배우가 되어서도 이곳을 지켰으면 합니다."

그의 둘째 아들인 최규환씨도 최근에는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TV 소설 '아름다운 시절'에서 남자 주인공 오 재범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스타가 되길 바라지 않아요.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켜내며 살아가는 배우가 돼주길 바라는 거죠. 뭔가 달라야 하는 게 배우잖아요. 그 다른 것을 찾는 것도 제 역할인거죠. 잘해주길 바래요. 그게 아버지로서 마음이죠."

다섯 살 때부터 장독대에 올라가 변사 흉내를 내고, 영화에 푹 빠져 살았던 최주봉. 4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라는 단 한 가지 직업으로만 우직하게 무대를 우직하게 지켜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큰 울림이 담겨져 있다. "배우는 10년 이상 자리를 지켜야 무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겁니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을 최고급 상품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는 거죠. 한마디로 백화점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 밖에 없어요. 그걸 지켜내는 사람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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