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오락가락 시의원

"방폐장 착공식에 참석 안 할 사람들이 아니다."

사흘 전 경주시의 한 간부는 경주시의회가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방폐장)를 유치한 경주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진하다며 9일 열리는 착공식에 불참키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글쎄…과연 그럴까."라며 "내기한다면 참석 쪽에 걸겠다."고 말했다.

이 예측은 정확했다. 8일 오후 경주시의회는 불참 이틀 만에 참석으로 돌아섰다. 산업자원부 고정식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이 시의회를 방문, "정부는 지금도 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힌 직후였다.

이날 경주시의회와 고 본부장이 나눈 대화는 원론적 수준 자체를 넘지 못했다. 고 본부장은 방폐장 지원과 관련, 내년도 예산 전체 규모가 얼마인지도 챙기지 않고 내려와 시 간부가 현장에서 넘겨주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건 없는데 이틀 만에 해석이 확 뒤바뀐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주시의회의 이런 갈팡질팡 행보는 이번뿐만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시민체육대회 개회식에 앞서 경주시가 갖기로 한 '방폐장특별지원사업 환영 및 화합결의대회'에 사전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체전 불참을 결정했다가 집행부 설득으로 이틀 만에 참석했다.

8월에는 민자 유치로 추진하는 경주시문화예술회관 건립에 시가 20년 동안 운영회사에 지급해야 할 전체 예산이 모두 1천872억 원이나 돼 시 살림에 짐이 된다며 반대하다 어느 순간 돌아서 "로비 결과"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의회는 자신들이 이런 행동이라도 해야 정부나 집행부가 보다 관심을 갖고 일을 할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갈지 자 행보를 자주하면 시민들은 시의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로비 또는 설득으로 논리가 바뀌고 주장이 변한다면 의회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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