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어제 오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직전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측의 사퇴 압력에 굴복해 물러났다. 냉담한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것 같다. 이회창 씨의 돌연한 출마에 이 후보가 얼마나 다급한 심정인가를 느낄 수 있다. 승자 독식의 오만에 대한 숱한 경고를 귓등으로 듣다가 이제야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50%대에 도취한 자업자득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이회창 씨 출마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쓰다 달다 말이 없다. 이 후보 선거를 적극 돕겠다는 명시적 의사 표명도 않고 있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고민이 깊다고 전하고 있다. 어떤 고민인가. 무엇을 살피고 있나. 이회창 씨가 말한 '뜻이 통할'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인가. 아니면 차제에 이 후보를 계속 압박해 당권을 확실히 손에 쥐자는 계산인가. 무슨 이해득실에 몰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답지 않다.
박 전 대표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 '아름다운 승복'에 국민의 찬사가 넘쳤다. 반칙과 배신이 춤추는 우리 정치판에서 원칙과 약속을 지킨 정치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정당사에 의미 있는 경선문화를 꽃피운 주역으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키워놓았다. 지금 박 전 대표가 갖는 힘과 미래에 대한 기대는 그러한 이미지에서 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머뭇거릴 것 없다. 경선 승자를 위해 가야 한다. 이 후보와 합심해 본선 승리를 이루어내는 것이 진정한 승복의 완성인 것이다. 그게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과 당원의 뜻에 부응하는 길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실패한 정치인은 하나같이 결정적 시기를 놓쳐 자신의 가치를 잃고 말았다. 정권교체에 뜻이 없다면 몰라도 엄연한 원칙 앞에서 무얼 고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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