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동경 산책

동경 산책/마치다 코우 지음/정하연 옮김/랜덤하우스 펴냄

도쿄와 도쿄지엥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난 에세이다. 한국인이 쓴 일본 체험기가 아니라 일본 현지인의 시선으로 본 진솔한 도쿄 풍경이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이 간다. 펑크록밴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다 등단한 뒤 아쿠타가와 상 등을 수상한 저자는 소설이라는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문체와 화법을 확립한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다.

41살의 저자는 스스로 여행을 떠나기에는 아슬아슬한 연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어째서 여행을 떠나지 않았는가'라는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며 집안을 멤돌다 지금부터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마음을 고쳐 먹은 뒤 오전에 입에 풀칠 할 만큼 일을 하고 오후 내내 여행 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일본 작가에게 도쿄 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 왔을까. 저자는 아무 목적 없이 자동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잘난 척하는 운전사, 번잡한 길, 화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초대권을 갖고 찾은 우에노의 도쿄도 미술관에서는 밀려드는 군중과 취향에 맞지 않은 그림으로 인해 감상을 단념했다는 등의 일상적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왠지 스글픈 현대인의 삶이 여행이란 단어로 포장되어 나타난다. 384쪽,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