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납치, 인질 살해, 그리고 수개월간 끌어온 인질석방 협상…. 곧이은 한국정부에 의한 여행금지국 지정. 우리 국민들에게 깊이 새겨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상이다.
이런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최고의 국가스포츠로 대접받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태권도 도장은 740여 개. 태권도 인구만 해도 2만 5천여 명에 이른다. 태권도와 관련한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프가니스탄이 획득한 유일한 메달이 태권도에서 나왔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느사르 아흐마드 바하위'(22)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아프가니스탄 체육 사상 최초의 세계대회 메달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발칵 뒤집어졌다. 1만 명 안팎이던 태권도 수련인구가 2만 5천여 명으로 급증했고 카르자위 대통령은 느사르 아흐마드 선수에게 1등 무공훈장을, 한국인 민신학 감독에게는 2등 훈장을 수여했다. 제1내무차관은 직접 이들을 불러 "우리는 약하고 가난하지만 태권도가 우리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졌다."면서 "태권도와 느사르 아흐마드 선수 및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수성구민운동장 내의 태권도훈련장. 지난 1월 제19회이란혁명기념국제태권도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종합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수성구청 태권도선수단(감독 양경덕)과 함께 벽안의 두 선수도 발차기를 하고 있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느사르 아흐마드 바하위와 루흐러 닉파이(20)였다. 아프가니스탄의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단인 이들은 대구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메달을 안겨줄 희망이다.
느사르 아흐마드는 2003년 서남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고, 2004년 세계회교도올림픽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006년 서남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그가 딴 동메달은 아프간선수단 유일의 메달이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우상이다.
루흐러는 2006년 서남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며칠 전 인천에서 열린 '제3회 코리아오픈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느사르 아흐마드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면서 "지금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고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단풍이 물들고 있는 한국의 가을을 즐길 여유조차 없어보였다. 그는 "수성구청팀이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어 함께 훈련을 해보니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11월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루흐러도 "지금 나의 관심은 태권도"라면서 "아프간에서는 같은 체급이어도 실력에서는 많은 차이가 나는데 여기서는 실력이 엇비슷한 선수들이어서 함께 훈련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2012년 올림픽까지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수성구청과 한국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 "태권도가 親한국 하게 해" 굴람 라바니 라바니 아프가니스탄 태권도협회장
"아프가니스탄의 안전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외신에서 보도하듯이 탈레반이 세력을 확장하거나 극도로 불안하지는 않다."
아프가니스탄 태권도협회장인 굴람 라바니 라바니(32) 씨는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적이며 인질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아니라 국경 너머 외국인의 지원을 받는 세력들"이라고 해명하면서 한국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씻으려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는 모든 종류의 무술, 무도가 들어왔지만 태권도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 태권도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고 소개하고 "태권도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과 한국인들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굴람 라바니 회장은 "많은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지만 아직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한국사람들을 좋아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 역시 태권도 5단인 태권도 유단자로 5년간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한 태권도인이다. 그의 부인 역시 부산아시안게임 때 동메달을 획득한 태권도부부다. 탈레반정부가 종식되고 난 후부터 여성 태권도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는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여성전용태권도장이 있고 700여 명의 여성선수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관계가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 "태권도로 아프간에 희망을" 민신학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감독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경북 청송 출신의 한국인이다. 부산체육선교신학교 태권도학과를 나온 후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등 오지에서 태권도 지도를 하던 민신학(35) 씨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태권도 국가대표를 지도할 감독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자 만사 제쳐두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달려갔다.
피랍사태 이후 여행금지국이 될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태지만 그는 선수들에게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감독직을 맡기 전에 아프간에 가서 선수들의 기량을 봤더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005년 12월 그가 지도하기 시작한 후부터 좋은 성적이 나왔고 올 5월에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얻어냈다. 민 감독은 이제 1년만 더 아프가니스탄에 체류하면 시민권까지 얻게 된다.
"언제까지 아프가니스탄 대표팀을 지도하겠다는 기한은 없지만 가능한한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 하고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팀의 전지훈련을 대구시 수성구에서 하게 된 것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만난 수성구청 양경덕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이란에서 만났을 때 "경상도네. 어디고."라는 양 감독의 한마디에 바로 선후배 사이로 지내게 됐다. 전지훈련 장소로 태권도스타 문대성 씨가 있는 부산과 수성구청이 제시되었을 때 수성구청으로 오게 된 것도 그같은 인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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