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극 구경가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무대 위 풍경들이 못마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배우의 연기가 눈에 거슬렸고, 어느 날은 무대가 마음에 안들고…. 그래서 오랫동안 공연장을 찾지 않게 되었고, 점점 행복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건 순전히 내 탓입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에 사랑을 담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도 일찍 마음을 엽니다."

연극배우 손숙(63) 씨가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중원문화 펴냄)를 펴냈다. CBS 방송 동명의 인기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솔하게 얘기해 준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세 번째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1권과 2권은 지난 7월과 8월에 출간됐다.

3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가수 김원중, 소설가 현기영, 소설가 황석영, 김훈, 시인 신달자, 경향신문 고영재 사장, 한길사 김언호 대표, 전 국무총리 정원식, 철학자 황세연, 유네스코 이삼열 사무총장, 전 정통부장관 진대제,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 소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5·18가수 김원중은 "나는 아직도 무섭다. 도청 앞에 가고 싶지 않아"라고 했고, 평생 4·3 제주항쟁에 매달려온 소설가 현기영은 소설 때문에 보안사에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책도 발매 금지되는 고초를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이사장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장애아동 복지에 투신한 철학을,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세상에 악서(惡書)는 없다."고 했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매일 1시간씩 200여 명이 출연했다.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 재야학자 이이화, '바람의 딸' 한비야, 산악인 엄홍길, 탤런트 전원주, 남보원 씨 등 남들과 다른 삶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손숙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도록 깔끔한 진행을 했으며, 인터뷰 내내 출연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그는 "그 길고 복잡한 인생 이야기를 한 시간으로 요약한다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고 죄송한 일이었겠느냐."며 "상상할 수 없던 가난과 실패, 힘들었던 해외 생활까지 진솔하게 들려준 한 분 한 분이 감동이었고 눈물이었고 교훈이었다."고 말했다. 272쪽. 1만 2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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