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나대로 간다

나대로 간다/이홍우 지음/동아일보사 펴냄

시사만화의 매력은 재치와 익살, 촌철살인의 풍자에 있다.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시사만화는 신문에 있어 디저트와 같다. 가을을 닮아 갈색 향 가득한 커피가 되는가 하면 달콤한 복분자차가 되기도 한다.

네 컷 만화로 말하는 시사만화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주인공은 이홍우 한국시사만화가회 회장이다. 부산 출생인 이 씨는 1967년 대전 지역신문 '중도일보'를 통해 시사만화가로 정식 데뷔했으며 '전남일보'를 거쳐 1980년 11월부터 '동아일보'에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하고 있다.

책을 펴면 평범하지 않았던 이 씨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시사만화가가 되기 위해 감행했던 가출, 한 때 최고 주가를 올리던 한 잡지에 10대 프런티어로 선정돼 반짝 스타가 된 시절, 가수하겠다며 앨범까지 낸 사연, 도박에 빠졌던 신혼 초의 방황, 그리고 동아일보 시사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진다.

또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등을 유행시킨 이 씨의 명작들도 다시 볼 수 있다. 박종철 물고문 사건, 칼 858기 폭파사건, 수서비리, IMF, 옷로비 사건, 황우석 배우줄기세포, 변양균·신정아 사건 등 시위와 진압으로 점철된 5공화국 시절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가 손에 잡힌다.

시사만화가가 본 정치인들의 뒷모습, 고우영 화백과 벌인 권투 시합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롭다. 240쪽, 1만 2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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