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문화가정 감동시키는 지원사업 돼야

정부가 내년도 결혼이민자 국내정착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올해 예산 39억 원의 6배 가까운 22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다니 이제야 제대로 된 지원사업이 이루어질 모양이다. 특히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전남 다음으로 多文化(다문화)가정 수가 많은 터라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1990년대 이후 부쩍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은 脫(탈)농어촌 바람 속에서 농어촌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아기 울음소리가 끊겼던 마을에 새로 활기를 돌게 만드는 주역이다. 그러나 이들 가정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심은 크게 미약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가정폭력과 이혼, 가출, 자살 등 심각한 가정해체 현상이다. 오죽하면 최근 베트남 국가주석이 "베트남 신부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까지 할까.

다문화가정의 자녀 상당수가 기초적인 우리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심각한 언어장애를 겪는 현실은 이들 가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학습부진'정서장애를 겪는 2세들을 방치할 경우 IQ 70 이하 '정신지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충격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늦게나마 정부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들고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내년에 실시될 프로그램들 중 도우미들이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을 주 2회씩 방문해 자녀학습지도법, 고충 상담 등을 해주는 '찾아가는 아동양육 지원 서비스'나 '찾아가는 한글 교육 서비스' 등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38곳에서 내년에 80곳으로 대폭 늘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나 '육아정보 나눔터', 연 4회의 '결혼이민자 한국생활 가이드북' 발간 등은 이국 생활의 외로움과 자녀양육 등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 여성과 그 가족 모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부터 처음으로 필리핀'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1명씩 파견하는 국제결혼이민관은 결혼이민 예정자 현지 교육과 함께 일부 비정상적 결혼의 방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다문화가정 지원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겉 핥기로만 끝나면 소용이 없다. 다문화가정을 감동시키는 지원사업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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