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포천계곡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계곡 양 옆으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수십여 명이 앉아도 될만한 평평한 바위 위로는 맑은 물이 흘렀지요. 손으로 잡을 정도로 물고기도 참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천계곡으로 부르는 옥계 상류에 자리잡은 가천면 신계리 이장을 맡고 있는 심만권(67·사진) 씨. 이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에서 산 8년을 빼고 60년을 가야산, 그리고 옥계와 함께 한 산 증인이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운 자태를 뽐냈던 옥계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엔 옛 모습을 크게 상실한 계곡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해가 지면 거의 다니지 못할 정도로 포천계곡은 숲으로 우거졌었지요. 밤에는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 동물도 봤는데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호랑이라고 하더군요." 6·25 이후부터 옥계의 생태계는 급속도로 파괴됐다. 매일 트럭 10여 대가 계곡에 들어와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 고령으로 실어 날랐다. 그 결과 계곡을 뒤덮던 소나무 숲은 거의 사라졌고, 80년대 계곡을 따라 지방도가 생기면서 계곡은 더욱 더 옛 모습을 잃었다는 게 심 씨의 얘기다.
심 씨는 "옛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포천계곡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꼽힐만한 명소"라며 "특히 계곡 물이 시원해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했다. 평생을 가야산과 함께 산 그는 가야산과 사람들이 더욱 가까워지기를 기원했다. "신계리에서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을 오르는 등산로는 빼어난 풍광에다 기기묘묘한 바위, 숲으로 매우 좋지요. 폐쇄된 이 등산로가 개방돼 가야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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