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개인택시조합 '진흙탕 싸움'

대구개인택시조합 전·현직 이사장과 간부 등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본지 3월 13~16일, 9월 12일 보도), 조합 직원들이 현 이사장에게 '옥중결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또 이사장 직무대행을 정관 규정을 어겨가며 이사회 임의로 선출하자 조합원 수 천 명이 정관개정과 임원 개선 등을 요구하는 연대서명에 나서는 등 조합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택시조합 현 이사장 D씨(51)가 조합, 충전소의 결재사항을 옥중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D씨는 구속 수감돼 있던 9월 27일 조합 한 직원에게 '업무보고 및 지시문'을 결재했다. 이 문건에는 ▷각종 계약은 일체 보류 ▷중요업무 처리는 직접 서면결제를 받고 ▷직무대행은 일상적, 통상적 직무만 시키고 ▷충전소 사업은 (직무대행이 아닌) 실장의 결재를 받겠다는 등의 직무대행직의 업무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직무대행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현 이사장에게 실권이 있어 1만 조합원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조합원(57)은 "정관 규정에는 이사장, 부이사장 유고시에는 투표 차점자가 직무대행을 해야하는데 조합 임원들이 회의를 거쳐 차점자 직무대행을 해임하고 허울뿐인 이사장을 앉혔다."며 "또한 조합의 법인 정관은 깡그리 무시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데도 대구시는 관리·감독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부이사장 유고시 직무 대행자를 선출할 수 있고 이사장 직무는 차점자가 자동으로 선임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 규정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 이에 조합원 6천646명이 '임원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합이 정관을 교묘하게 개정해 이사장이 자격 제한 사항을 삭제한데 있다. 지난 1999년 3월 개정된 조합 정관에는 '임원 및 대의원이 조합업무와 관련해 업무상 배임, 수뢰, 공금유용 및 횡령 등의 범죄 행위로 형의 선고를 받을 경우 자격을 제한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2000년 정관이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조합원들은 "조합비는 보는 사람이 임자고 간부들은 정관에서 자기들 입맛대로 불리한 문항은 삭제하고 유리하게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합측은 최근까지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옥중결재를 받고 있다고 인정했으며, 항소 중인 사안인만큼 옥중에 있더라도 현 이사장의 권리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차점자 직무대행이 법원에 이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조합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고 실제 업무 처리도 미숙해 이사회를 거쳐 다른 이사를 이사장 직무대행에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이사장 등이 항소 중이어서 최종 결정이 나면 임원 개선 등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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