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어제 기자회견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게 깊숙이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하자는 대로 할 터이니 틀어진 마음을 돌려달라는 애원이나 다름없다. 당내 분란 반성, 박 전 대표 정치적 파트너 예우, 내년 총선 공천 불개입은 그런 절절한 심정의 표시인 것이다. 유력 후보가 대선을 불과 한달 남짓 남겨 둔 상황에서 여전히 당내에 발목잡혀 헤매는 모습이다. 딱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 경선은 지난 여름에 있었다. 벌써 석 달 전 일이다. 지금 같으면 시끄러웠던 경선은 옛날얘기고 이 후보는 당 전체가 본선에 몰두하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마땅한 것이다. 경선 이후는 온전히 후보 자신의 역량으로 헤쳐나가고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그게 공식 선출 과정을 거쳐 정통성을 확보한 후보의 당당한 모습이다. 누구에게 끌려 다니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으로 비쳐져서야 지지를 넓힐 수 있겠는가.
미국 대선에서 경선 승자가 패자의 협조에 목을 맨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없다. 경선이 끝나면 승자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국민에 파고들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패자 역시 깨끗이 물러날 뿐이다. 경선 승복에 의미를 두는 일도, 자기세력을 과시하며 승자를 흔드는 일도 없다. 이게 정당정치가 발전하고 경선문화를 꽃피운 선진국의 대선 풍경이다. 이래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후진정치 그대로다. 화합의 진정성이니, 승복의 진정성이니 하는 두 진영의 싸움은 이제 신물이 난다. 현실정치에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100% 승복이 어디 있는가. 양측 모두 발톱을 감춘 권력게임일 뿐이다. 대선이라는 발등의 불은 놔두고 내년 총선 공천권 싸움으로 지새우는 것은 지지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누구보다 이 후보가 의연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보이든 그 것은 부차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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