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몸 사리는 네이버?

네이버는 검색 왕국을 창조한 한국 인터넷계의 절대 강자다. '네이버 태양'은 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선 정국과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이 맞물리면서 네이버의 뉴스 편집 방향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다. 일부이긴 해도 네이버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 네이버 정서

최근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오늘부로 데스크톱, 노트북의 인터넷 시작페이지를 네이버에서 ○○(다른 포털 사이트)으로 바꿨다. 네이버의 폐쇄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왔다는 익숙함의 '덫' 때문에 떠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떠난다. 이것이 일반 사용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최대의, 그러나 소극적인 반항이자 불만 표시다.'

다른 한 블로거는 '포털은 공정성과 중용을 지켜야 하는데 네이버가 그동안 1인자의 자만으로 포털의 기본 자세를 망각하더니만 그 아성이 곧 무너지려나 본다.'며 안티 네이버 운동을 펼치자는 글을 올렸다.

적지 않은 커뮤니티와 블로고스피어에서 네이버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시작페이지를 다른 검색 포털 사이트로 바꾸자는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다. 네티즌 개혁연대라는 이름의 안티 네이버 모임도 생겼다.

◆조중동문네?

네이버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 달기 기능을 한시적으로 없앴다. 특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나 비방에 따른 선거법 위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이 같은 조치는 인터넷을 통한 미증유의 정치적 자유를 경험한 네티즌들의 거부감을 초래했다. 더욱이 유력 대선 후보의 캠프에서 일하는 한 인사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여전히 폭탄"이라고 말한 발언이 인터넷에 퍼진 것도 반감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이슈화하고 있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뉴스 편집과 관련해서도 일부 네티즌들은 네이버에 곱잖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네이버가 삼성SDS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는 점 때문에 네이버가 삼성그룹 비자금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조중동문네'라는 유행어도 나돌고 있다.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같은 보수성향 신문과 네이버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풍자하는 것이다.

◆네이버 "억울하다"

네이버가 특정 정당 및 삼성그룹에 편향적이거나 몸을 사린다는 시각에 대해 네이버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NHN(네이버를 운영하는 기업)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의 판단 기준이 네이버의 뉴스 배치에서 주요 참고 기준이 된다. 최대한 공정하게 뉴스를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대마다 뉴스 배치가 달라지는데 특정시간대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기사를 본 뒤 오해를 갖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대선 기사에 댓글 기능을 없앤 것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비자금 기사의 축소 배치에 대해서는 "삼성그룹과 현재 아무런 지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삼성그룹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데도 '네이버는 삼성 것'이라는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3의 법칙, 네이버에겐 예외일까?

인터넷 업계엔 '3의 법칙'이 있다. 3년마다 인터넷 포털의 1등이 바뀐다는 것이다. 1997년 국내 포털의 1위는 야후코리아였으나, 그 아성은 2000년 다음에 의해 깨졌다. 다음 역시 지식검색을 앞세운 네이버에 2003년 7월에 1위를 내줬다. 이후 네이버의 독주 체제는 이어지고 있다. 3의 법칙은 네이버 시대에 와서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는 채널 전환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인터넷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용자들의 부정적 정서는 큰 댐을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이 될 수도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는 "원래부터 이용자들을 자기 사이트에 모이게만 하는 구조를 갖는 네이버의 폐쇄성에 대한 잠재적 불만이 있어 왔는데, 이 같은 정서가 대선과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같은 현안과 맞물려 사이버 여론이 극점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네이버가 가진 시장의 지위가 위기로 가는 단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키워드-네이버

네이버는 코스닥상장기업인 (주)NHN이 운영하는 검색포털 사이트다. 네이버는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 1호 회사로 출발했다. 1999년 사내 벤처팀이 퇴직금에서 갹출한 3억 5천만 원과 삼성SDS가 투자한 1억 5천만 원 등 총 5억 원을 자본금 삼아 네이버는 벤처기업 네이버컴으로 독립한다. 2004년 네이버는 인터넷게임업체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이듬해 NHN으로 거듭난다. 2002년 10월 네이버는 지식검색(지식iN)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2003년 7월 국내 검색 포털 1위에 올랐다.

웹 접속 기록 분석업체인 어메이징소프트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네이버의 검색엔진 유입률은 71.04%에 달한다. 2위 다음(12.01%), 3위 야후코리아( 5.72%)를 압도하고 있다. comScore라는 시장조사업체가 지난 8월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을 발표한 결과 네이버는 구글, 야후,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