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터치]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

방송위원회가 이달 초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방송사와 광고 경쟁 관계에 있는 신문사들이 일제히 결정의 부당함을 공격하고 나섰다. 또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방송을 보던 중에 광고를 봐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여서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중간광고의 의미와 도입 방법

중간광고는 말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를 뜻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서는 스포츠 경기나 문화·예술 프로그램, 대형 이벤트 중계방송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허용되고 있다. 1974년에 폐지된 이후 여러 차례 도입 논의가 진행됐지만 신문사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케이블TV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간광고의 단가는 프로그램 시작 전후의 2배 정도다. 아슬아슬한 장면에 광고가 나가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그만큼 큰 까닭이다. 그동안 수입 정체 또는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방송사들은 중간 광고로 별다른 투자 없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겠지만 그 여파로 신문과 케이블TV 등의 광고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언론계에서는 중간광고로 지상파방송의 수입이 연간 적게는 400억 원, 많게는 5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위는 중간광고를 도입하더라도 총 광고 시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광고 허용량(프로그램당 10% 이내, 토막광고 포함 최대 16% 안팎)에 포함할 방침이다. 한국방송협회는 뉴스와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당분간 중간광고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전환 재원 마련과 방송시장 개방 대비

방송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다매체시대 방송환경 변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 및 공적 서비스 구현을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 ▷방송시장 개방에 따른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기에 찬성 일색이다. 높은 품질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더욱 현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주장한다. '디지털 송출과 제작 장비를 교체하는 데에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앞으로도 1조 원이 넘는 돈을 더 투자해야 하고 화질이 높은 HD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는 아날로그의 1.5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TV 뉴스)

그런데도 지상파 광고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870억 원이 줄어 심각한 상황이라는 논리다. 중간광고를 비판하는 신문사들에 대한 반격도 만만찮다. '1991년부터 14년 동안 4대 일간지의 1면 하단 광고의 요금은 312% 올랐지만 지상파방송의 광고료는 94% 인상에 그쳤습니다. 신문이나 케이블TV의 광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으면서 지상파TV의 광고는 엄격히 제한한 탓입니다. 신문광고의 경우는 지면 대비 광고량이라든가 혹은 기사용 광고를 포함해서 광고형태라든가 이런 데 특별한 규제가 없고요.'(TV 뉴스)

▨ 시청권 무시한 지상파방송 편들기

반대 입장에서는 지금도 광고시장 점유율이 높은 지상파방송에 중간광고를 확대하면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중간광고 확대는 신문·케이블 TV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매체의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중간광고 도입은)결국 신문과 케이블TV 등 타 매체 광고 감소로 이어져 매체 균형발전을 저해할 게 자명하다."며 반대 의견을 명백히 한 바 있다. 방송광고시장만 보더라도 지상파 방송이 이미 전체 중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광고까지 확대되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져 다른 방송매체는 발전이 더욱 제약될 수밖에 없다.'(신문 사설)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세우는 디지털 전환 재원 마련 필요성도 지나친 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먼저 경영합리화가 앞서야 한다. KBS의 경우 중간광고와 함께 수신료 인상도 추진하고 있는데, 방만한 경영과 불공정 시비는 나 몰라라 하면서 기업이든 국민 호주머니든 보이는 대로 털어먹겠다는 심보 아닌가.'(신문 사설)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민영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더욱 문제다. '중간광고의 가장 큰 수혜자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묵묵히 있는 상업방송사라는 사실에 대해선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다. 방송 콘텐츠 산업 기반을 와해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2005년도 41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MBC 본사와 38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SBS의 디지털 전환 비용을 시청자가 부담하는 데 대해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신문 칼럼)

지상파방송이 그동안 누려온 독과점적 지위는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중간광고는 이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는 방송사들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자는 단순한 소비자나 고객의 개념을 넘어 일정하게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공공재인 전파를 내어주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이 지상파 방송 시청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중간광고가 실시되는 그 순간부터 시청자는 광고를 위한 소비자 그 이상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경실련 성명)

굳이 시청권 운운하지 않더라도 중간광고가 가져올 부작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중간광고는 시청자에게 광고가 프로그램에 침투하는 느낌을 줘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 시청률은 1~2%인데 비해 중간광고 시청률은 해당 프로그램 시청률에 육박하기에 광고단가가 크게 높아지면서 자연 시청률을 높이려는 선정성 경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도 크다. 방송의 공익성이 악화되리라는 지적이다. 또 광고 영향력이 커져 프로그램의 광고 종속화가 더욱 심해지고, 광고 단가 상승이 제품 원가에 포함되면서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신문 사설)

일부 학자들은 이번 결정 절차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국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현행 방송법 제65조에서는 KBS의 수신료 인상시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요구하고 있다. 형식은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방송광고료 또한 수신료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광고방송의 증가는 곧 수신료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간광고를 허용할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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