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감동을 준 한 통의 편지

흔히 개미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상징한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홋카이도(북해도)대학 사카가미 교수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일개미 중에도 20%만 일을 하며 나머지 80%는 빈둥빈둥 논다고 한다. 그러나, 20% 중 일부 유고가 생기면 나머지 80%중 일부가 다시 20%에 속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사회도 개미와 비슷하다. 일을 제법 잘 처리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몰리고, 일을 서툴게 처리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줄어든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 중에도 바쁜 분은 일반 기업체 직원보다 더 바쁘다. 대신 한가한 분은 정말 한가하다.

학교에서는 대체로 보직교사들이 바쁘다. 이들의 경우 수업은 수업대로 하고 각종 공문서 등 업무 처리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담임 교사도 바쁘다. 조회, 종례, 청소 지도, 생활 지도, 각종 통계 처리, 학교생활기록부 정리 등 만만찮은 일들을 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바쁘다. 논술이다 보충 학습이다 해서 쉴 틈이 없다고 항변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보직이나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보직 교사나 담임 교사가 되면 약간의 수당이 나오지만, 교사들이 수당보다 '삶의 질'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탓이리라. 소극적으로 일하는 동료 교사들을 볼 때마다 '내가 뭘 얻으려고 이러나?' 싶은 회의가 드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불식시키는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한다. 월요일 출근해서 열어 본 전자우편에 정말 예쁜 마음이 담긴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듯이 아이들의 마음도 성장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밝게 생활하는 아이들, 꿈을 잃지 않는 아이들,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뿌려 정성껏 키워 가는 일, 그것이 저의 보람입니다. 둥근 씨앗, 가는 씨앗, 검은 씨앗, 갈색 씨앗이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자라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밝고 환한 웃음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립니다. 가끔씩 나보다 저 아이들이 더 나의 스승임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그 아이들을 꼭 안아줍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덧붙여서--^^.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내가 알고 있는 이 분은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분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자투리 시간도 활용하는 분이다.

교직 사회에서는 20% 이론이 무너졌으면 좋겠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밝고 환한 웃음을 보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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