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아마 '바보'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우리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이들로부터 사기를 당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것인데, 아무튼 이미지는 힘이 세다!
이미지는 자주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대단한 힘을 가진다.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물론 이러한 이미지는 어떤 면에서 거품이고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미지가 밥도 벌어 먹이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세태의 역기능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많이 있지만, 이미지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그것은 옳으니 그르니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 이전에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로 밥을 버는 건 연예인만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어떤 도시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결코 배부른 말장난일 수 없으며, 이미지를 만들고 바꾸어가는 작업은 더 이상 하면 좋은 부수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경쟁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구가 '사고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면 그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왕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면-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남들이 다 그렇다고 보고 있는데- 아니라고 핏대 세우며 우기는 건 '바보짓'에 가깝다. 그런 전략을 가지고는 그 '낙인'을 벗어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이미지의 '부재'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는 역발상을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미지 시대에 이미지가 없다는 것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버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글쓴이가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지 전복 전략과 덧대기 전략을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자 노력할 것 같다. 그 하나의 방법은 예컨대 대구를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시도 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험과 리스크가 상존하는 세상에서 '경험자'인 대구가 그에 관한 성찰과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기왕에 생긴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하여 부정적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방법이 되는 동시에 기존에 대구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강한 이미지인 교육도시·대학도시라는 이미지를 덧대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니다 우기는 대신 그 부정적 이미지를 자산으로 만드는 적극성 또한 '화끈한' 대구 이미지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미지의 문제는 아주 미묘한 감성의 흐름과도 관계 깊은 것이어서 논리적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분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 '비논리성'을 냉철하게 읽어내고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미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이려는 자세만으로는 문제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이미 이미지가 또 하나의 사실인 세상에서 말이다. '초정밀' 삼성은 결국 자동차를 얻지 못했고, '건설' 현대는 결국 반도체를 얻지 못했는데, 그 까닭을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개인이건 조직이건 국가이건 간에 이미지를 만들고 변화시켜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많은 하드웨어적인 개혁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은 훨씬 적게 들고, 효과는 몇 배, 몇 십 배 더 클 수 있는 '노다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먼저 이미지의 힘과 중요성을 절박하게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음식이 맛없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문화도시를 나는 알지 못한다. 대구가 진정 오페라의 도시, 문화(산업)의 도시가 되고 싶다면 먼저 그 '낙인'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하지 싶다.
천선영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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