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라이온킹과 가족 뮤지컬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 뮤지컬전용극장인 서울 샤롯데 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된 뮤지컬 '라이온킹'이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서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일본 도쿄에서는 6년 동안 좌석 점유율 90%를 훌쩍 넘기고 있는 미국 디즈니 제작 최고의 가족뮤지컬이다.

이번 '라이온킹' 공연은 일본에서 뮤지컬 전용극장만 9개를 보유한 극단 '사계'(四季)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한 첫 작품이라 처음부터 많은 화제가 됐다. 그 이면에는 '문화침략'을 이유로 국내 공연계의 반대여론과 불매운동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공연계 인사들의 '언행불일치'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안티 라이온킹' 여론조성에 앞장섰던 일부 공연계 인사들이 '라이온킹' 공연 마지막 날 공연장에서 그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고 공동제작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제국주의적 문화 찬탈'과 '한국공연시장의 잠식' 등을 외치며 규탄집회까지 주도한 인사들이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인 이유는 1997년 초연된 이래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이언킹'이 의외로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한국 공연시장의 특수성과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간파하지 못한 극단 '사계'가 차후에는 국내 기획사와 손잡고 공동 제작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시장 전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모르지만, 수익창출이라는 기업논리에만 입각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못하는 일부 공연계 인사들을 보며 낯이 붉어졌다.

'라이온킹'이 국내에서 롱런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한 번 더 얼굴이 화끈거린다. 국내에서 '가족뮤지컬'이라는 개념은 '어린이뮤지컬'과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에서 문제는 기인한다.

사실 '가족뮤지컬'이란 장르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장르의 뮤지컬을 총칭하는 말이다. 반면 '어린이 뮤지컬'은 오직 어린이들의 눈에 맞는 포맷으로 제작된 뮤지컬로 규모나 내용면에서 '가족뮤지컬'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어린이뮤지컬'이 '가족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차용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뮤지컬'은 없고 교육적인 내용은 안중에 없이 오직 상술만 녹아있는 것이 현재 '어린이뮤지컬'의 실정이다.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관객을 우롱해온 우리 공연기획자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배성혁 (예술기획 성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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