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험생들을 가장 궁금하게 하는 것은 수능문제의 난이도이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렵지 않게 출제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난이도가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수능시험은 일정 점수를 넘기면 모두에게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처럼 절대평가가 아니다. 현행 수능시험은 응시자를 영역별로 학력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영역에서 원점수로 60점(100점 만점)이 1등급(4%)이 될 수도 있다. 점수에 관계없이 다른 수험생들과의 상대적인 위치가 문제될 따름이다.
해마다 많은 수험생들이 예비소집 이후 취침시간까지의 시간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공부를 하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막연하고, 그냥 잠자코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다음은 필자가 지금까지 많은 수험생에게 충고하여 매년 탁월한 효과를 본 방법이다.
예비소집 하루 전인 11월 13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지금까지 공부한 교과서나 참고서, 문제집 중에서 가장 손때가 많이 묻은 책을 각 영역별로 한 권씩 골라 책상에 쌓아 둔다. 11월 14일은 늦어도 오후 4시전에 예비소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 먼저 시험 당일에 가져갈 수험표와 필기구 등을 한꺼번에 담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둔다.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아 전날 쌓아둔 책에서 언어영역부터 읽어 나간다. 이때 무엇을 새롭게 암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그런 식으로는 한 과목도 다 보지 못하고 마음만 조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공부하며 중요하다고 표시를 해 둔 부분을 중심으로 가볍게 책장만 넘기겠다는 자세로 읽어 나가면 된다. 각 과목을 이런 식으로 보면 서너 시간 만에 전 영역을 다 훑어볼 수 있다.
주마간산 격으로 본 것 같지만 평소에 늘 보던 책이기 때문에 목차나 줄친 부분만 읽어도 실제로는 모든 내용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전 과목을 보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제 시험을 쳐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한 번 정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잠도 쉽게 들고 푹 자게 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경우에는 하루 정도 자지 않아도 집중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 하루 이틀 전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여 심한 부담과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나 적절한 불안감과 긴장감은 집중력을 배가시키기 때문에 고득점을 위해 꼭 필요한 심리적 상태이다. 불안과 긴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 상태를 즐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낙관적인 마음가짐과 도전적인 자세로 매 시간 최선을 다해 문제풀이에 몰두하는 수험생이 순위 결정에서 남보다 앞서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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