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구 아파트 시장이 '입주와의 한판 전쟁'을 치를 전망이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이 3만2천여 가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정부 출범 이후 양도세 중과와 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입주 물량이 지나치게 많다."며 "올 들어 이미 준공한 단지에서도 입주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자칫 내년도 부동산 시장은 더욱 혼전(?) 속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시작된 입주와의 전쟁
2000년 이후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해마다 1만에서 2만 가구 이하 수준을 보여왔다. 2004년 1만여 가구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1만3천 여 가구, 2006년과 올해에는 각각 입주 물량이 1만 9천여 가구 정도였다.
연평균 입주 물량을 1만5천 여 가구 정도로 본다면 내년에는 두 배가 넘는 입주 가구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미 올 들어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다수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 시작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입주율이 90%를 넘어섰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올 들어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는 입주 시작 6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생겨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입주율이 바닥을 헤매는 원인은 양도세 중과와 대출 제한 등 정부의 각종 규제책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은 극도로 위축됐지만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탓이다.
특히 올해 입주를 시작한 단지 중에는 분양가 고공 행진이 시작된 2005년 이후 분양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입주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입주 시장 지역별로 차별화될 듯
입주 물량이 대구 전체적으로는 증가하지만 구·군별 입주 상황은 큰 차이를 나타낼 전망이다.
북구와 중구, 동구는 올보다 입주 물량이 오히려 줄어들지만 달서구와 달성군, 서구는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
실제 달서구의 경우 올해 4천900여 가구에 머물던 입주 물량이 내년도에는 1만 2천 가구로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며 달성군은 3천400여 가구에서 5천 가구로, 지난 2년간 입주물량이 없던 서구는 입주 물량이 3천900 가구, 남구도 855가구가 입주한다.
생활권이 서로 접하고 있는 달서, 서구, 달성군 전체 입주 물량이 2만 2천여 가구로 대구 전체 입주 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구는 올해 2천400가구에서 1천800가구, 동구는 1천800가구에서 1천200가구, 중구는 1천500가구에서 1천100가구로 입주 예정 가구수가 줄어들게 된다.
아파트 가격이 지역 부동산 시장 전반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수성구의 경우는 내년도 입주 물량이 5천800여 가구로 올해 4천600가구 보다는 많지만 지난 2005년도 8천500여 가구보다는 2천여 가구 이상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입주 아파트 가격은 지역별, 단지별로 양극화 현상이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악재 속 호재
입주 물량 급증으로 수급 상황이 좋지 않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입주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신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업계에서는 신정부 출범 후 어떤 방식이던 현재의 부동산 규제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 협회 관계자는 "이미 현정부도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다른 시각을 갖고 투기 과열 및 투기 지역 해제를 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대선 이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감이 높아진다면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꽁꽁 묶여 있던 대출 규제의 경우 이미 대구 지역은 투기 지역 해제로 완화된 상태다.
또 내년 들어 정부가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선다면 그동안 억눌려왔던 대기 수요가 살아나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성산업 권진혁 영업부장은 "정부의 규제책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수요자들의 극도로 위축된 심리"라며 "내년 이후 기존 매매 시장이 정상을 찾고 신규 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서기만 한다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9년 이후부터는 공급량이 다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대구 지역에서 신규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가 1만 가구를 밑돌고 있는데다 시공사들이 사업 물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내년 봄 이후 분양 단지는 예년의 30~50%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탓이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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