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하고 싶지만…"
대구 A여고 2학년 이모 양은 지난 8월 학교에 온 헌혈차에 올랐다가 '헌혈 부적격자'로 분류돼 발길을 돌렸다. 그는 "'피가 모자란다'는 말에 용기를 냈는데 '저체중에 피로가 쌓였다'며 헌혈을 거부당해 황당했다."고 했다. 마른 체격의 이 양은 당시 하루 4, 5시간씩 정도만 자고 공부를 해온 탓에 부적격자가 됐다는 것. 이날 여학생 198명이 지원했으나 이 중 68명은 부적격자로 판정됐다. 헌혈 부적격률이 무려 34.7%나 됐다.
사정은 군부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단체헌혈을 한 대구 모부대의 경우 장병 506명이 지원했으나 422명만 헌혈했다. 84명이 말라리아 감염 위험, 각종 질환, 약물복용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적격자가 크게 늘고 있다.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헌혈 지원자의 부적격 판정률은 22.8%(3만 8천814명)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 5%나 늘어난 수치다. 2004년 말 정부가 혈액 안전성을 이유로 헌혈 기준을 강화한데다 현대인들이 약물, 스트레스, 피로 등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혈액 공급이 달리는 상황(적정 보유량의 25% 수준)에서 '건강한' 헌혈 대상자마저 줄고 있어 심각함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의 헌혈 부적격자 4만 870명 가운데 혈액 중 영양소가 부족한 '저비중' 혈액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이 1만 8천677명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다. 여성이 1만 7천631명으로 남성(1천46명)보다 17배가량 많다. 김은진 대구경북혈액원 의무관리실장은 "여성의 신체 특성상 혈색소 수치가 남자보다 낮은데다 과도한 다이어트, 편식 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적격자가 4천724명(10%)이었고,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했거나 외국 여행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이 2천162명(4.6%)에 달했다. 혈액원 관계자는 "'건강한 피'가 부족하다는 것은 현대인의 몸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또하나의 증거"라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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