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혈액 대란…대책은 없나?

하루 넘기기도 '빠듯'…"30~40대 헌혈합시다"

"피가 모자라요."

혈액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요즘 혈액 재고량은 적정 수준(7일치 소요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O형, AB형은 하루 소요량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혈액은행 관계자는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늘 부족한 혈액

혈액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2, 3년 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기자가 만난 혈액원, 병원 관계자들은 "적정 수준의 절반만 확보해도 한시름 놓을 텐데…."라고 걱정했다.

지난 8일 경북대병원에서 만난 혈액은행 직원 한무철 씨는 "80유닛(Unit·혈액단위)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40유닛 정도 있다."며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지난 추석 연휴때 혈액 수급에 차질을 빚기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고 한다. "10유닛까지 내려간 날이 있어 애간장을 녹였어요."

그러나 만성적인 혈액부족에 시달리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더 긴장된다고 했다. 매년 방학과 설날이 겹치는 1, 2월은 혈액 확보가 가장 어려운 때다. 병원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수술이나 응급상황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지정 헌혈을 유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절대량이 모자라 큰 걱정"이라고 했다.

9일 현재 대구경북의 혈액 재고량을 살펴보면 B형(1일 소요량 122유닛, 재고량 620유닛)은 넉넉한 편이지만 O형(132유닛·105유닛)과 AB형(51유닛·18유닛)은 하루 소요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A형(150유닛·164유닛)은 하루 소요량을 겨우 맞추고 있는 수준이다.

▶혈액부족 이유는?

헌혈 인구의 감소가 주원인이다. 여기에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헌혈 기준이 강화돼 헌혈을 하지 못하는 부적격자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경북의 헌혈 인구는 19만 2명. 헌혈 인구는 해마다 줄어 2003년 21만 4천797명이었으나 올해는 10월 말까지 13만 1천432명까지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16만 명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혈액원 측의 전망이다.

이남기 대구경북혈액원 운영팀장은 "예전에는 헌혈차 한 대로 한 시간에 20명 정도 채혈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헌혈자 수가 줄고 문진, 카드 작성 등으로 헌혈 절차에 시간이 많이 걸려 7, 8명만 채혈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부적격자 기준이 강화되면서 말라리아 위험지역(북한 전역과 휴전선 부근지역)거주자 및 여행자는 물론이고 건선이나 전립선, 탈모증, 여드름 치료제를 투약한 사람도 헌혈 대상에서 제외됐다. 귀 뚫은 경우도 1개월간 할 수 없다. 갈수록 늘어나는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와 다이어트 열풍으로 헌혈기준 체중(45㎏)에 미달하는 여성이 많은 것도 부적격자 양산의 또다른 원인이다.

▶안정적인 혈액 확보 대책은?

여성 및 30, 40대의 헌혈을 유도하고 등록 헌혈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여성 헌혈자는 남성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30대 이후 헌혈자도 17% 수준으로 지원자 수가 적다. 혈액의 83%를 10대, 20대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고교생, 대학생이 전체의 54%를 차지해 방학 때에는 혈액 확보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혈액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체헌혈 중심의 채혈 형태를 개인헌혈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록헌혈제(사전 예약을 통해 등록 회원의 헌혈을 받는 제도)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현재 등록헌혈자 수는 전체의 3,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320ml, 400ml의 두 종류에 국한된 채혈량을 다변화하는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박관석 경북대병원 혈액은행 책임기사는 "소량의 혈액을 사용하면 남은 혈액은 폐기해야하는데 200ml 정도의 적은 혈액백도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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