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장님 멋쟁이" 구미 ㈜에이스산업 전직원 금강산 여행

▲ 금강산에서 기념촬영한 에이스산업 직원 및 가족들.
▲ 금강산에서 기념촬영한 에이스산업 직원 및 가족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구미공단에서 불연재 패널을 제조하는 (주)에이스산업에는 이 회사 오호융 대표 혼자 출근했다. 직원수가 60여 명이나 되는데 회사 대표가 사흘 동안 홀로 회사를 지킨 이유는 뭘까?

오 대표가 직원들 사기를 올리기 위해 3일 동안 공장가동을 멈추고 '금강산 여행'을 보내줬기 때문이다. 직원 가족은 물론 회사를 지켜야 하는 경비원, 구내식당 아줌마와 회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대표 4명까지 동참해 여행단 규모가 70명 이상으로 늘었다.

홀로 텅 빈 회사에 남은 오 대표는 "하루 평균 6천만 원가량 수익을 올리는데 3일간 공장문을 닫았고 이번 여행경비로 3천만 원 정도 들었으니 모두 2억 원 정도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신바람나서 일해야 업무 능률도 오르고, 그것은 고스란히 회사 실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오 대표의 특별한 경영방침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3년 연속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대상'에 선정되게 했다. 지난 2003년에는 매일신문과 경상북도가 주최한 경북중소기업 대상도 수상하는 등 신바람나는 일터가 매출성장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 대표는 지난해에는 2천여만 원을 들여 직원자녀 17명을 한 달 동안 중국연수를 시켜주기도 했었다.

8일 오후 11시 30분쯤 버스 두 대에 나눠타고 회사를 출발한 직원들은 이튿날 오전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아산휴게소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북한 땅을 밟았다. 모두 평생 처음 보는 북한의 산과 마을들을 보면서 "같은 동족의 땅인데 남과 북의 사는 생김새가 이처럼 다를 수 있을까?"하며 놀라워했다.

직원들은 그러나 금강산 만산정, 삼선암, 칠층암, 절부암, 안심대, 하늘문, 천선대, 망양대 등 비경 속을 오르내리며 생기가 넘쳐났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노모(61)와 함께 여행에 나선 현장직원 김태영(26) 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금강산을 보면서 어머니가 너무 즐거워하셨다. 회사에서 베풀어준 이런 기회가 아니면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언제 금강산을 볼 수 있겠느냐."며 감사했다. 베트남인 키엔(24) 씨는 "4명의 베트남 직원들도 함께 왔는데 금강산은 잘 모르지만 회사에서 여행을 보내주고 3일 동안이나 휴식을 줘서 기쁘다."고 했다.

식당책임자 유점순(54·여) 씨는 "회사에서 가족처럼 대해주며 금강산에 가도록 배려해줘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얼마 전 결혼하면서 정든 직장을 떠났지만 이번 여행에 동참하게 됐다는 전현진 씨도 "예전 회사 동료와 반갑게 해후할 수 있도록 해준 사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즐거워했다.

특별한 추억여행을 마치고 10일 밤 늦게 회사에 도착한 직원들은 또다시 사장의 따뜻한 배려에 환호성을 올렸다.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하루 더 휴무를 결정했기 때문. 이번 금강산 여행을 이끈 김순섭 부장은 "회사가 내년에는 백두산 탐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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