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관문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뢰머 광장. 멀지 않은 곳에 괴테 생가가 있고 프랑크푸르트 시청 앞에 있는 뢰머 광장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현대적 건물들이 많은 프랑크푸르트이지만 뢰머 광장 주변은 15~18세기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즐비하다.
뢰머 광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27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곳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구단이 1979-1980년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시민들과 함께 승리의 축제를 벌였던 곳이다. 당시 '갈색 폭격기' 차범근도 프랑크푸르트의 일원으로 챔피언의 영광을 맛봤다.
포항 스틸러스가 15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른 뒤 귀환한 12일, 포항은 우승의 열기로 들끓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과 선수들, 김현식 구단 사장 등은 카 퍼레이드를 하면서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포항 중앙상가 육거리 앞에 도착한 뒤 서포터스, 시민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축하 공연도 함께 하며 우승을 축하했다. 프로 축구팀과 연고지 시민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한국 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대구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벌여 대구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 박수를 받았다. 삼성은 이전까지 우승했더라도 삼성 그룹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속사정 등이 있어 조촐한 우승 축하연에 그쳤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거리에서 축하 행사를 가져 시민들과 일체감을 이루는 기쁨을 맛봤다.
축구가 성행하는 유럽과 야구, 미식축구의 인기가 뜨거운 미국에는 시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 우리 보다 더욱 자연스럽다. 유럽 축구 2006-2007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AC밀란 선수들은 밀라노 대성당앞 광장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승리의 샴페인을 마셨으며 하인즈 워드가 맹활약한 2006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보울에서 우승한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들은 피츠버그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에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도 공항에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고 시내로 들어가 우승의 짜릿함을 즐겼다.
역사가 깊고 연고지 의식이 뿌리 깊을수록 팀과 시민은 강한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고교 야구가 그랬다. 현재의 프로 스포츠 중에는 프로농구 원주 삼보와 원주 시민의 연대 의식이 끈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 전체적으로는 연고지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포항 스틸러스와 포항 시민들이 하나되는 모습은 포항에서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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